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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영화 상영을 중단한 한 멀티플렉스에게다. “합법적으로 개봉한 영화가 일부 단체의 시위 예고와 협박 등 불법적인 행동으로 상영이 중단될 수 있는 건가요?” 멀티플렉스는 답했다. “어떤 사람이 공항에 전화를 걸어 위협한다면 이용자의 안전을 고려해야 하지 않나요?” 다시 물었다. “어떤 단체가 위협한 건가요?” 돌아온 대답은 “정확히 어떤 단체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소통이다. 지레 겁을 먹은 것인가, 그저 핑계를 댄 것인가.
최근 영화계 안팎을 달구고 있는 ‘천안함 프로젝트’ 논란의 핵심이다. ‘천안함’이 사고를 당한 과정도, 그 과정에 질문을 던지는 과정도, 그 질문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에도 설명이 부족하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우리 근해에서 두 동강 난 채 침몰해 장병 46명이 사망한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정리했다. 과학적인 실험을 토대로 한 합리적인 물음이 주를 이룬다. ‘폭침’이라면 천안함 바닥의 길이 방향 찢김 현상과 프로펠러가 모조리 휜 점 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천안함 사고 당시 어뢰 등에 의해 폭발했다면 반드시 있어야할 열상감지장치(TOD) 영상의 변화가 없는 이유는 또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 그저 더 알고 싶고, 더 속시원한 답을 찾고 싶은 것뿐이다. 의심이 합리적인데, 왜 그 의심을 내놓는 것조차 봉쇄당해야 하는가.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은 뜻밖에 간단해 보인다. 과학적인 질문에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 이해가 되게 설명만 해주면 된다. 그대로 믿어라, 혹은 그런 질문을 왜 하느냐고 하니 질문의 가짓수는 늘고 의혹은 커져만 간다.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거꾸로 늘었다. 제작사는 극장 상영 루트가 좁아지자 애초 계획보다 일찍 IPTV와 온라인 상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백승우 감독은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제목에 대해 “천안함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프로젝트”라고 정의했다. 제작사는 이미 기대했던 것 이상의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 오히려 ‘천안함’ 폭침에 대한 궁금증만 키운 꼴이다.
아이가 묻는다. “나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이때 아빠가 “그걸 알아서 뭐해!”라고 말한다면 소통은 끝이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시작과 끝 부분에 던지는 질문이다. 반대로 엄마가 “사실 너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고…”고 설명한다면? 결국 소통의 문제다. 윽박지를 것인가, 설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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