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치열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허둥대는 면이 있다. 하지만 편해졌다는 느낌이 들 때가 가장 조심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틀에 갇혀 있는 나를 경계하는 느낌은 가지고 산다. 매번 작품 할때마다 그런 고민에 빠진다. 틀을 깨려고 한다고 의도처럼 되는 게 아니라 힘들다. 그렇지만 난 행복하다. 늘 행복하다고 되뇌인다. 권력이 있건 아니건, 인기가 있건 없건, 누구나가 느끼는 보통의 행복감을 나 또한 매번 느끼며 살고 있다.”
배우 이병헌.
배우 이병헌이 한 말들을 모아보면 쉽게 이해가 가진 않는다. ‘사람을 안다’는 말처럼 위험한 건 없지만 이병헌은 도통 알 수 없는 사람 같았다. 국내에서 스타로 성장했고, 한류를 이끄는 아시아 문화의 중심에 섰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배우’다. 이젠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대사를 앞둔 ‘사람’이기도 하다. 그만의 확고한 가치나 희노애락의 경험이 분명할 것 같았지만 이병헌은 조금 달랐다. 평범한 것에 만족하지만 현재에는 안주하려하지 않는 ‘노력형 인간’이었다. 그 과정이 힘들고 외로울지언정 불행하거나 괴롭다고 받아들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노력하는 사람, 잘 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더니, 이병헌은 후자에 가까운 사람인듯 보였다.
배우 이병헌.
“난 목표를 세우며 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목표는 더욱 없다. 내 영화 팬들이 나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는 것처럼 나도 내 다음 성과가 궁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이 중에서도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건, 일의 성과와 상관없는 내 자신만의 행복감이다. 무언가가 있고 없고, 많고 적고를 떠나 똑 같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게 유일한 목표가 아닐까?”
지난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000만 관객 신화의 주인공이 된 이병헌. 영화 ‘지.아이.조’ 시리즈로 할리우드에 발을 내딛은 이병헌은 18일 ‘레드: 더 레전드’로 세 번째 할리우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시사를 할 때마다 “신기하다”는 이병헌은 자신의 인생을 ‘탐험’에 비유했다. 국내에서든 아시아에서든, 미국에서든, 계속 새로운 걸 맞닥드리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배우 이병헌.
“어느 정도 여유로움이 생긴 건 맞다. 그런데 계속 탐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속엔 불안감만 있는 건 아니고 재미도 있고 신기함도 있고 새로움도 있다. 그런 인생이 좋은 것 같다. 팬들은 지켜워하고, 당사자는 편안함에 취해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연기든, 현장이든, 뭔가가 스스로 불편하고 힘들다는 느낌이 있을 때 관객들은 이병헌의 새롭고 신선한 걸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병헌의 ‘탐험’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비도 많다. 승승장구한 듯 보이지만 시청률, 관객 수, 전문가 평가, 관객 반응, 이런 것들과 상관 없는 그만의 ‘슬럼프’가 있다. 자기만족이란 늘 어려운 과제였고, 그에게도 감당 못할 슬픔은 있기 마련이었다.
배우 이병헌.
“할리우드를 가고, 프랑스 칸에 가고, 일본에 가고…. 그래프로 보면 늘 위에 있었던 것 같지만 인기가 많고 좋은 작품을 찍었어도 난 되게 불만족스러운 때가 많았다. ‘나한텐 이게 결코 성공이 아니야’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1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땐 참 슬프고 힘들었다. 아마 그 일이 그 시기 5,6년 사이 가장 힘들어 보였을 때가 아닐까싶다. 내 필모그라피만 보면 굴곡이 없어보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스톰쉐도우’란 역으로 ‘지.아이.조1’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이병헌은 ‘지.아이.조2’와 ‘레드2’를 거치며 그 입지를 더욱 넓혀갔다. 이번 작품에서는 촬영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한 한국어 대사까지 삽입됐다. 비밀요원 출신 살인청부업자 한조배 역으로 배우 브루스 윌리스, 안소니 홉킨스, 존 말코비치, 캐서린 제타존스 등과 호흡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