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셔터 다시 올렸으니 장사해야죠"(인터뷰)

최은영 기자I 2012.01.30 08:45:51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주연
국민 살인마서 허세 지존으로
끝을 보는 남자..“앞으로도 영화만”

▲ 최민식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30일자 2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4년 여의 공백. 피빛 복귀. 그리고 또 1년.

`연기의 신(神)` 최민식(49)이 돌아왔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를 통해서다.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1990년대, 부산의 넘버원이 되고자 했던 나쁜 놈들 이야기. 그는 깡패도 일반인도 아닌 일명 반(건)달, 허세 가득한 로비스트로 관객과 만난다. 쉽게 말해 영화에 함께 출연한 하정우가 주먹 쓰는 나쁜 놈이라면, 최민식은 머리 쓰는 나쁜 놈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는 차가운 얼음물을 연신 들이켰다. "어제는 술, 오늘은 물. 심하게 젖었다"며 허허 웃었다.

"VIP 시사회에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뒤풀이 장소로 정한 식당 1, 2층이 우리 손님으로 꽉 차서는…. 정말 오랜만에 반가운 분들 만나 기분 좋게 `너 죽고 나 죽자` 했네요."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돼 거꾸로 흘렀다. 1년 전 `악마를 보았다` 이야기부터, 이경규와 삼수갑산 멤버로 활동한 동국대 학창시절, 실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까지.

`올드보이` 최민식의 전성시대는 다시 올까? 그의 복귀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를 물었다.

◇`악마` 장경철의 환생?

`악마를 보았다` 후유증이 컸다. 온통 피바다였던 현장이 싫었다. 구역질이 났을 정도다. 그런데 어쩌나. 내 일 자체가 그런 걸.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 장경철이 되어 갔다. 나도 모르게 욕을 하고 사소한 것에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등 폭력성이 극에 달했다.

대중의 반응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어~ 안녕하세요!` 웃으며 인사하던 사람들이 `악마` 출연 이후부턴 `어?` 하곤 손으로 입부터 막고 보는데. 눈빛으로 `저 악마`, `X새끼` 하는 것 같더라. 엘리베이터 같은 데서 마주하면 더했다.

사람을 죽여도 그렇게 막 죽이지는 말았어야 하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부분은 아쉽다.

얼마 전 대학 은사님께선 제 친구를 조용히 불러 `민식이가 이번에도 사람 많이 죽이냐?` `또 나쁜 놈이냐?` 걱정돼 묻으시더란다. 이번에는 다르다. 1980, 90년대 거친 시대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낸 사나이들에 대한 연민을 그렸다.

◇ 실제로도 로비의 달인?

영화에서 최익현은 불리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경주 최 씨 충열공파 35대손`을 외친다. 혈연은 그의 최대 무기다.

나 역시도 최익현스러운 속성이 있다. 집안 어르신이 아파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그 병원에 누가 있다고 했지?` 먼저 생각하니.

하지만 최익현만큼은 아니다. 배우에게 윗선이라고 해야 감독, 제작사가 전부 아닌가. 그들이 같은 학교 나왔다고 캐스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랬다간 공멸한다. 영화판은 비교적 학연, 지연, 혈연과 거리가 멀다.

그리고 실제로는 전주 최 씨다.
▲ 최민식
 
◇ 이경규와 영화 계획은?

언제든 오케이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로 만나 30년 넘게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내가 1학년 때 경규 형이 4학년이었다. 당시 각 한번마다 한 명씩 `삼수갑산` 클럽의 멤버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한 (이)효정이 형이 바로 위 기수 멤버에 경규 형이 대장이었다.

매년 연말이면 그때 멤버들이 다시 모이는데 최근 모임에서 경규 형이 ``범죄와의 전쟁` 제작보고회 때 사회를 봐주겠다!`고 하더라. 깜짝 놀랐다. 그럴 짬밥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서 `너 이 형이 진행하는 `힐링 캠프`는 보냐?` 묻던데. 하하. 그 정도로 친하다.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만나면 영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가 아는 이경규는 굉장히 진지한 사람이다. 특히 영화에 관한한 더더욱. 영화를 보는 눈이 정확하고 예리하다.

어제도 VIP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는 `너네 다 사투리 아니야. 김판호 역 맡은 조진웅 사투리가 오리지널이지` 말해 뜨끔했다.

학교 다닐 때 우리 언제 같이 영화 만들자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 꿈을 오십이 넘어 이루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나.

◇ 실제 아버지는?

감독은 경찰공무원이었던 아버지 세대를 연민의 눈으로 그리고 싶다고 했다. 나 또한 그런 아버지의 기억이 있어 쉽게 공감했다. 복덕방 같은데 가면 동네 아저씨들이 낮술을 들고 누가 듣든지 말든지 자기 얘기를 신나게 늘어놓다 지쳐 추적추적 걸어 나가지 않나. 그런 뒷모습이 담기길 바랐다.

우리 아버지는 함경도 이북 분으로 말수가 원체 없는 데다 집에 오면 더했다. 밖에서 일어난 일을 단 한 번도 집에서 하는 법이 없었다.

자그마한 전기 설비 회사를 운영하셨는데 주로 학교 일을 많이 맡아 했다. 아버지의 본 모습을 본 건 중학교 때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일감을 따러 오셨는데 교장 선생님께 머리를 조아리며 "아, 네 감사합니다. 언제 식사라도 한번 하시죠!" 인사를 하더라. 난생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 오르고 내리고..다시 뛰는 건가?

배우로 살며 굴곡이 컸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운동과 고액 출연료 논란 등으로 영화계를 잠시 떠나 살기도 했고.

사람인데 나라고 왜 상처가 없고 상심을 안했겠나. 하지만 지금은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생각한다. 쉬는 동안 여행도 다니고 나름 좋았다. 낙천적인 성격이 도움이 많이 됐다.

`악마를 보았다`가 복귀의 전초전과 같은 작품이라면 이번 `범죄와의 전쟁`은 본 무대다. 셔터 다시 올렸으니 제대로 판 깔고 장사할 일만 남았다.

(사진=한대욱 기자)

▲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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