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지난주 말 스포츠전문 케이블TV에서 프로야구 중계가 사라졌다. 야구팬들은 “어디서 야구를 보란 말이냐”며 아우성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중계권 대행사인 (주)에이클라와 4개 스포츠전문 케이블사(KBS N SPORTS, MBC ESPN, SBS SPORTS, XPORTS)가 벌이던 중계권 협상이 돈 때문에 지난 17일 결렬되자 야구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야구팬들은 양측이 시청자를 볼모로 돈싸움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스포츠 케이블사의 시청자 게시판엔 성난 야구팬들의 항의글이 수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메이저리그나 일본야구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생중계하는 반면 정작 국내 프로야구 중계권료에는 인색하다”면서 “이참에 프로야구 중계권료를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성토했다. 협상 대행사와 방송사 간의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 있는데도 KBO가 너무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협상쟁점은 결국 돈이다. 에이클라가 애초 제시한 금액은 1사당 16억원. 방송사 측은 절반인 8억원 이상은 줄 수 없다고 버텼다. 프로야구 개막일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해 2번에 걸쳐 기한을 연장했으나 불발됐다. 이후 방송사 측이 10억원까지 양보하고, 에이클라도 기존보다 2억원 정도 낮추는 안을 수정제의해 맞섰지만 여전히 금액차이가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스포츠 케이블사 측은 “KBO와 에이클라가 고액의 중계권 계약을 맺고 방송사에 무리한 계약 요구를 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광고수입이 급감해 도저히 중계권료와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사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작한 중계화면을 에이클라가 인터넷,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에 유상으로 제공하면서 방송사의 고유권한인 영상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에이클라는 “방송사가 담합해 중계권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YTN스타와 중계를 추진하는 것도 중간에서 방해했다”면서 “이는 명백히 불공정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영상저작권에 대해선 “지난해 방송사당 1억원의 저작권료를 지불했지만 이를 두고도 불만을 표출했다”며 “국제적으로 방송의 원천 소스와 현장음은 스포츠 단체의 고유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이래저래 중계권 협상이 결론을 낼 때까지 야구팬들의 불편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야구중계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와 일부 구단 홈페이지 또는 지역민영 방송을 통해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