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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김선아가 돌아왔다. 5일 개봉하는 영화 ‘걸스카우트’의 30대 초반 아줌마 미경 역을 통해서다. 2005년 7월 종영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만 3년만이다. 그동안 김선아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먼저 시청률 50%를 상회하며 막을 내린 국민드라마의 주연배우였으면서도 후속 작품을 이어가기 못했다. 공개적으로 밝혔던 연인과도 헤어졌다. 법정 송사도 있었고 출연의사를 고사한 영화들의 흥행을 속 끓이며 지켜봐야했다. 소속사도 옮겼고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나훈아 루머의 당사자 중 한명이 되어 마음고생도 해야 했다.
때문에 ‘걸스카우트’를 통해 다시금 대중 앞에 섰을 때 그녀에겐 송사와 루머, 연애와 영화 선택 후일담 등 가시 돋힌 질문들이 마구 쏟아졌다. 김선아는 인터뷰마다 매번 그에 대한 해명을 해야 했다.
“드라마 촬영보다 인터뷰가 더 힘들다”는 김선아의 말은 괜한 투정이 아닌 듯 했다. 그래서 이번 만큼은 그 밖의 이야기들에 더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다. 김선아는 “반복되는 이야기를 다시 안 하게 되어 좋다”며 마치 절친한 여자친구에게 수다를 떨듯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 “가정적인 차범근 감독님 부럽더라구요”
김선아는 1996년 화장품 CF로 데뷔 했다. 당시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는 카피로 유명했던 이 CF로 김선아는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선아는 도회적이고 지적인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최근 김선아가 CF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와 정반대다. 특히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을 역임한 차범근 감독과 함께 촬영한 모 통신회사 CF는 마치 한편의 짧은 콩트 같기도 하다. 인터뷰의 시작을 차 감독과 같이 찍은 CF에 대한 질문으로 열었다.
“차 감독님이랑 함께 CF를 촬영한다고 했을 때 어떤 분일까? 기대를 많이 했어요” 촬영장에서 만난 차 감독은 “여 배우와 CF를 함께 촬영한 것이 처음이다”며 처음에는 무척 쑥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내 친해진 두 사람은 두서없이 이야기를 할 정도로 마음을 터놓게 되었다.
차 감독은 항상 가족들 이야기를 하며 뿌듯해 했고 덕분에 김선아는 차 감독의 아들인 차두리를 사적으로 아는 것처럼 느끼게 될 정도였다. 어느 현장에서건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차 감독을 보며 김선아는 “가정을 챙기는 차 감독의 모습이 참 부러웠다”고 한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 동생들과 조금은 허전한 느낌으로 살고 있는 자신의 실제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 짠순이 미경보다 더 짠순이였던 유학시절
‘걸스카우트’ 속 미경은 가족들과 함께 잘 살아보겠다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린 뒤 한 푼이라도 더 악착같이 모으려는 짠순이 아줌마다. 김선아는 영화 속 ‘짠순이 미경’의 모습이 결코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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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시절에 단돈 10달러로 한 달을 살았던 적도 있습니다.”
집안의 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자립하고 싶었던 김선아는 먹는 것과 입는 것을 최대한 아끼면서 유학생활을 했다. 차비가 아까워 1시간 거리의 마트를 걸어 다닌 적도 있다. 다른 영화 시나리오를 제치고 ‘걸스카우트’를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는 자신의 몸에 배인 절약습관이 극중 미경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30대 초반의 미경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여성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 우아하게 살고 있는 아줌마는 많지 않기 때문이죠. 가족을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는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미경에게 더 끌렸던 것 같아요”
김선아는 절약이 몸에 배였지만 스태프들에게는 큰손으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걸스카우트’를 촬영하며 번번이 스태프들의 회식을 책임졌다. 본인도 “같이 고생하는 스태프들에게만큼은 돈을 아끼는 편이 아니다”고 인정했다. 뿐만 아니다. 김선아는 국세청 명예홍보위원으로 위촉될 만큼 성실납세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무턱대고 쓰지 않는 ‘짠순이’와는 다른 김선아의 실제 모습이다.
◇ ‘내 이름은 김삼순’...가끔은 괜히 했다는 후회도
김선아와 인터뷰 도중 2005년 방영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 김선아는 ‘내 이름의 김삼순’을 통해 2005년 MBC 연기대상 인기상, 베스트커플상, 최우수상, 대상을 비롯해 이후에도 숱한 상을 받았다. 김선아는 “그거(내 이름은 김삼순)생각하면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입을 열었다.
“'삼순이' 끝나고 나서 3개월 가량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마치 드라마 속 여러 사건과 감정을 실제 내가 겪은 마냥 진이 빠졌기 때문이죠”
김선아는 “삼순이란 캐릭터는 폭이 넓고 깊어서 벗어나려고 해도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앞으로도 자신의 연기 속에 ‘삼순이’의 음영이 남아있을 것 같다는 걱정도 덧붙였다.
영화 ‘걸스카우트’의 미경은 삼순이와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는 캐릭터지만 ‘이산’ 후속으로 6월 방영을 앞둔 MBC 월화드라마 ‘밤이면 밤마다’에서 맡은 열혈 문화제 단속반원 ‘허초희’는 얼핏 삼순이의 쌍둥이 같은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선아는 '삼순이'에 대한 자부심 역시 감추지 않았다. “한 시대와 한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것은 연기자로서는 큰 영광이고 기쁨입니다. 물론 '삼순이'를 찍은 이후 사람들이 저의 ‘다이어트’에만 관심을 보이는 부작용도 겪었지만요.”
◇ “나문희 선생님 같은 연기자 되고 싶어”
‘걸스카우트’를 통해 3년 만에 복귀한 현장에는 연기 선배이자, 인생의 선배이기도 한 나문희와 이경실 등이 함께했다. 김선아는 ‘걸스카우트’를 촬영하며 여자 선배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고 한다. 자신 역시 언젠가는 선배들의 나이가 될 것이고 그때 어떻게 후배들을 이끌고 현장에서 처신해야 할지 미리 배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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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와이어 액션을 감행하는 나문희를 보면서 자신의 과도한 액션(?) 장면에 대한 불평을 참았다고 한다. 대신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현장에 있던 나머지 배우들과 함께 수다로 풀어냈다.
“여자들이 이렇게 모여 주연을 한 영화들이 거의 없었잖아요. 그래서인지 유독 친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나문희 선생님은 앞으로 제가 저분처럼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져주셨지요.”
나이가 들수록 여자배우들의 설 자리와 배역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 지금 김선아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걸스카우트’는 네 명의 여자 배우들을 앞세워 영화를 만들었다.
김선아는 “제가 영화의 간판으로 보이지만 실제 내부의 구심점은 따로 있었다”며 대선배 나문희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이십년 후 삼십년 후 연기를 계속하고 있다면 그건 바로 나문희 선생님으로부터 깨닫고 느낀 바가 많아서일 겁니다. 좋은 기운, 영향을 참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영화 '걸스카우트'가 더 특별히 기억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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