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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주식과 펀드 투자가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너나없이 주식시세와 펀드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며 자신의 자산을 불려나가는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주식과 펀드 투자는 남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서민들에게 증권회사와 투자회사 문턱은 높다. 최소한의 목돈을 쥐고 있어야만 주식이나 펀드를 할 수 있어서다.
사실 돈 없는 서민들에게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은 계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재테크 방법인 계는 계원들끼리 쌈짓돈을 모아 서로 돌려가며 목돈을 마련하는데 유용하다.
김상만 감독의 데뷔작 '걸스카우트'의 시작은 바로 아줌마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모임에서 비롯되었다.
30대 초반의 미경(김선아 분)과 60대 할머니 이만(나문희 분), 40대 억척 살림꾼 봉순(이경실 분)은 봉천3동에서 이웃사촌으로 살며 동네 미장원 원장 혜란(임지은 분)이 계주로 있는 계를 든다. 하지만 혜란은 아줌마들의 곗돈을 모아 도망을 가버리고 이에 분개한 아줌마 3명과 20대 은지(고준희 분)가 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는 것이 영화 '걸스카우트'의 기본 줄거리다.
영화 '걸스카우트'의 장점은 무엇보다 한동안 한국영화가 외면해왔던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다. 여자주인공 4명을 비롯해 악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폼나고 멋있는 인생들과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영화에 기름기가 없다.
학원 승합차를 운전하는 미경은 주차 때문에 마트 직원과 항상 실랑이를 벌이며 60대 이만은 마트 안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물품을 빼돌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봉순은 돈을 찾으러 가는 미경의 승합차 안에서도 인형에 눈붙이기를 하며 푼돈을 모은다.
김상만 감독은 몇 백 원을 아끼기 위해 짠순이가 된 아줌마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마주치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영화의 소재로는 외면을 받았던 우리 현실의 모습이기도 하다. 따라서 ‘걸스카우트’에 나오는 아줌마들의 상황이나 대사는 호소력이 있다. 영화의 웃음도 여기에서 파생된다.
게다가 김 감독은 빠른 편집과 짜임새 있는 연출로 영화의 속도감을 높였다. 주연을 맡은 김선아가 ‘걸스카우트’를 일컬어 최동훈 감독의 히트작 ‘범죄의 재구성’에 빗대 “여성 판 범죄의 재구성”이라고 말했던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배우들간의 호흡도 삐그덕거리지 않는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후 3년만에 카메라 앞에선 김선아의 연기는 공백을 무색하게 할 만큼 천연덕스럽다. 나문희, 이경실, 고준희 역시 각자 맡은 캐릭터를 처음부터 자기 모습인양 걸치고 있다.
다만 이런 만듦새에 비해 극적인 재미가 부족한 것이 영화의 흠이다. 이경실의 말대로 영화가 지루하지는 않다. 그러나 관객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끌고나가는 찰기가 없다. 따라서 ‘범죄의 재구성’보다 관객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15세 관람가. 6월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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