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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드라마는 끝이 나도 배우는 캐릭터를 남기는 법.
26일, 24회로 종영된 KBS 2TV ‘쾌도 홍길동’은 역사의 재해석이라는 ‘퓨전사극’의 미학을 선보이며 사극으로서의 다양한 시도의 장이 되었다. 이외에도 ‘쾌도 홍길동’은 출연 배우들이 기존의 연기 관성을 깨고 새로운 연기자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기도 했다.
극 중 허이녹으로 분한 성유리에게는 비록 ‘쾌도 홍길동’이 시청률로 큰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 간의 연기력 논란을 종식시키게해준 고마운 프로그램으로 남을 법하다.
성유리는 MBC ‘황태자의 첫 사랑’과 ’어느 멋진 날’, KBS 2TV ‘눈의 여왕’에 출연하면서 공주 캐릭터로 끊임없이 재생산됐다. 지난 2003년 SBS ‘천년지애’로 첫 연기자의 길로 접어든 성유리에게는 ‘어설픈 연기력’이란 꼬리표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성유리는 ‘생즉필사 사즉필생’(生則必死 死必卽生), 즉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이 고색 창연한 진리를 ‘쾌도 홍길동’을 통해야 비로소 깨닫게 됐다.
극 중 허이녹을 통해 자신의 공주 이미지를 버린 성유리는 거친 말을 서슴치 않으며 약장수로 떠돌아 다니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왈패 소녀로 거듭났다. ‘쾌도 홍길동’의 이정섭 피디는 “극 중 허이녹은 만화 ‘미래소년 코난’의 천진난만한 소년 같은 캐릭터인데 성유리가 자신을 버리고 정말이지 잘 소화해 주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일 방송 분에서는 극 중 허이녹이 허노인의 주검을 안고 울부짖으며 길동의 아버지에게 분노하는 열연을 지켜봤던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게시판에 “배우로서 많이 성장했다” “분노에 찬 눈빛 연기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성유리의 연기에 대한 호평을 쏟아 놓기도 했다.
장근석은 ‘쾌도 홍길동’을 통해 소년 연기자에서 성년 연기자로 거듭났다. 장근석은 최근작인 KBS 2TV ‘황진이’때만 해도 소년 연기자의 풋풋함을 버리지 못했다.
극 중 창휘역을 맡은 장극석은 그러나 왕위 다툼에 밀려 어린 나이에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고 마음 속으로는 형 광휘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벼리고 있는 내면의 어두움을 잘 표현하며 성인 연기자로서의 힘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정섭 피디는 “사실 창휘라는 역은 홍콩 영화에 나오는 주윤발처럼 극 중 가장 카리스 마 넘치는 캐릭터”라며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극이 진행되면 될수록 창휘의 숨겨진 어두움을 잘 포착해내더라”고 칭찬했다.
성유리와 장근석이 ‘쾌도 홍길동’을 통해 각각 ‘연기자 성유리’란 타이틀과 ‘성인 연기자’라는 호칭을 얻게됐다면 배우 강지환은 이 작품을 통해 그간의 무거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 더 가벼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KBS 2TV ‘경성 스캔들’ MBC ‘90일, 사랑할 시간’등에 출연했던 강지환은 연기 변신을 몇 차례 시도하긴 했으나 유쾌한 이미지라기 보단 조금은 어둡고 정적인 캐릭터로 각인돼 왔다.
그러나 길동의 오랜지색 색안경까지 자신이 직접 준비할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성의를 보인 강지환은 극 중 까칠하지만 코믹한 연기 변신을 통해 팬들에게 좀 더 편한모습으로 한 발짝 더 다가왔다.
강지환의 소속사 관계자는 이를 두고 “지난 ‘경성 스캔들’까지만 해도 팬층의 연령대가 좀 높았는데 이번 드라마를 하고 나니 이젠 초등학생도 "길동이다"하면서 알아 본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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