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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홍림은 약 45년 전 가족들과 부산에서 올라와 처음 살았던 상도동 주택가를 찾아 고통스러웠던 옛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저는 2남 3녀인데 형제가 있다고 해서 다 행복한 건 아니다. 피를 나눴다고 해서 다 형제가 아니고, 형제가 없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형과 절연하고 싶었던 게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내겐 너무 무서운 존재였다. 20살 때 성인이 돼서야 절연을 할 수 있었다. 형은 내 마음속에 지워진 사람, 나와 관계없는 사람, 안 봤으면 좋은 사람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형은 서울에 안 살고 친구들이 있는 부산에 살았다. 그런데 돈이 떨어지면 찾아와 괜히 나를 때렸다. 막내아들이 맞으면 엄마가 돈을 주기 때문이었다. 또 전당포에 집 세간을 싹 가져가 팔아버리기도 했다. 항상 밤 차를 타고 오니까 새벽에 벨이 울렸다. 형이 자고 있으면 가족들이 몰래 가전을 주변 이웃들 집에 옮겨 놨다. 그러면 일어나서 가전들 다 어디 갔냐고 행패를 부렸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안 주니까 형이 엄마에게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했다. 엄마가 너무 힘드니까 ‘내가 죽어야 정신 차릴래?’하니까 ‘죽던가’하고 나갔다”며 어머니가 실제로 극단적 시도를 했다고 떠올렸다. 최홍림은 “엄마가 게거품 무는 걸 내가 봤다. 단둘이 있을 때라 새벽에 택시 잡으려고 울며불며 다녔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최홍림과 형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홍림이 말기 신부전증으로 신장 이식이 필요했을 때 형이 신장을 주겠다고 했던 것. 최홍림의 누나는 “미국에 있는 동생은 오빠와 가끔 연락을 한다더라. 오빠가 소식을 듣고 신장을 주겠다고 했는데 마지막에 겁이 났던 모양인지 종적을 감췄다”고 밝혔다. 당시 최홍림과 가족들은 그의 뉘우치는 마음을 믿고 이를 받아들였으나, 형이 수술을 앞두고 종적을 감추자 또 한번의 배신감을 얻었다.
최홍림은 최근 채널A ‘아이콘택트’를 통해 재회한 형을 끝내 용서하지 않았다. 그는 “방송이고 뭐고 없었다. 용서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저 모습이 진짜인가, 가식으로 보였다”며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했다. 남아 있던 걸 토해냈는데 (내용이) 너무 세서 대부분이 편집됐다”고 당시의 속내를 밝혔다.
그는 용서를 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4살부터 호되게 맞았던 나는 용서를 했는데 엄마에게 한 짓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자식이 엄마에게 할 수 없었던 행동이다”고 분노했다.
한편 이날 최홍림은 사기로 인해 막대한 빚을 진 전적들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정확한 빚 규모를 묻는 질문에 “15년 전에 87억이었고, 15년 동안 또 날아간 게 있어 합치면 100억 된다. 다 사기 당했다”라고 밝혔다.
이런 그를 위기에서 구한 건 약 80억의 빚을 대신 갚아준 아내 도경숙이었다. 최홍림은 “결혼 초기 너무 힘들 때인데 자존심이 상해서 이야기를 안 했다. 내가 너무 잠 못자고 우울해 하니 아내가 무슨 걱정이 있냐고 묻더라. 결국 얘기를 하니 ‘일단 정리할 건 정리하자’고 해서 ‘이혼하자’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재산, 부동산을 정리해서 내게 다 주더라. 그 당시 너무 힘들었는데 아내 희생으로 방송도 하게 되고 자리도 잡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