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계속되는 바이러스 사태, 위기 대응 매뉴얼 절실하다

박미애 기자I 2020.03.17 08:43:07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코로나19에 극장가가 속수무책이다. 관객수가 급격히 줄면서 일부 극장들은 축소 운영 및 휴관을 하고 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으로 한껏 기대를 부풀렸던 한국 영화계는 졸지에 생존을 걱정해야 할 신세가 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월 관객 수와 매출 액은 전년 동기 대비 70% 가량 줄었다. 지난 12일에는 일일 총 관객 수가 4만9630명으로, 2004년 4월6일(4만 7726명) 이후 최저의 기록을 세웠다.

국내 영화산업에서 극장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이른다. 극장 매출의 급감은 영화 제작·수입·배급·극장 등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예정됐던 영화들의 개봉이 미뤄지면서 산업 자체가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극장들은 재개봉 및 기획전 등을, 14개의 회원사로 구성된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미개봉 영화를 자구책으로 내놨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아쉬운 점은 그 동안 바이러스 사태가 몇차례 있었지만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면서도 영화계 생태계 유지를 위한 대비책을 준비하지 않았다. 관객 감소의 원인을 비수기, 기대작 부재 등 다른 데서 찾으면서 대비에 소홀히 한 게 현재의 위기로 이어졌다.

업계의 위기에 컨트롤타워도 보이지 않는다. 영진위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기 단계별로 극장 휴관이 필요하면 빠른 결정을 내리고 그 기간에 필요한 극장업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한 지원책, 방역 등의 조치들이 일사분란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개별 산업 주체들이 자력 대응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하더라도 금방 정상화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밀린 영화들만 수십 편에 이르러 벌써부터 개봉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제2, 제3의 코로나19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