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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에 오른 김승혁(32)은 올 시즌을 미국에서 시작했다. 1월 캘리포니아 주 퍼시픽팰리세이즈에서 열린 제니시스오픈에서 꿈꿔왔던 PGA 무대에 도전했다. 작년 제주도에서 열린 CJ컵@나인브릿지를 통해 PGA 투어 첫 경험을 쌓았지만, 본토에서 열린 대회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05년 프로가 돼 13년 만에 드디어 밟아보는 PGA 투어 본무대였다.
김승혁은 기대를 안고 미국으로 떠났다. 대회 개막을 2주일 앞두고 미국으로 들어가 현지 적응훈련을 하며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준비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틀 동안 77타-73타를 적어내며 컷 탈락했다.
30일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시즌 개막을 준비 중인 김승혁은 이데일리와 만나 “준비도 많이 했고 기대도 됐다”고 들떴던 마음을 전한 뒤 “일주일 전에 도착해 세 번이나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나름 열심히 준비했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틀 동안의 짧은 경험은 김승혁을 더 강하게 만드는 디딤돌이 됐다. 그는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같은 프로로서 더 잘하는 모습을 보니 자극이 됐다”고 첫 PGA 투어의 경험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PGA 투어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다. 10년이 넘게 투어활동을 해온 김승혁도 당연히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긴장감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어졌다.
김승혁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 동경하는 선수들 옆에서 같이 연습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들뜨게 됐다”면서 “1라운드 시작 때 티잉 그라운드에서 사회자가 나를 소개하는 멘트를 하기 시작하자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당시 떨렸던 순간을 돌아봤다.
어떻게 경기를 끝냈는지도 모르게 1라운드가 지나갔다. 김승혁이 받아든 성적은 77타였다. 김승혁은 “정신없이 경기했던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예상 컷 통과가 2오버파였으니 2라운드에서 4타 이상 줄여야 안정권에 들어가는 부담스러운 성적이었다.
김승혁은 “77타를 치고 나서 실망이 컸다. 그 순간 ‘이게 PGA 투어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골프를 보는 것만 같았다”고 비교했다. 이어 “그나마 다행인 건 둘째 날 1오버파를 치며 비교적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면서 “조금만 더 하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아쉬움을 털어냈다.
PGA 첫 도전을 마친 김승혁에겐 몇 가지 변화가 찾아왔다. 함께 경기한 PGA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김승혁은 “당연히 보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상황에서 파로 막아내는 능력은 정말 대단했다”면서 “PGA 투어 선수들은 거리만 멀리 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부 대단한 쇼트게임 능력을 갖고 있는 모습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본 김승혁은 “지금까지는 똑바로 쳐서 그린에 올린 뒤 퍼트를 잘하면 그게 좋은 골프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훨씬 더 많은 기술을 갖춰야 PGA 투어 같은 무대에서 밀리지 않고 뛸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고 자신을 향해 채찍질했다.
김승혁은 이제 자신의 본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4월 12일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시작하는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개막전 도켄홈메이트컵(총상금 1억3000만엔)를 시작으로 6월까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투어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3년 만에 KPGA 투어 상금왕에 다시 오른 김승혁은 “올해도 지난해처럼 우승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면서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올해는 한국과 일본투어에서 모두 우승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5월 마지막 주 예정된 KPGA 투어 제네시스챔피언십의 2년 연속 우승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내년에 다시 PGA 투어 제네시스오픈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승혁은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해 내년에 PGA 투어에 재도전해보고 싶다”면서 “2년 연속 우승을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3월 결혼한 김승혁은 딸이 태어난 뒤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는 “연습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아내와 딸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면서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겠다”고 넘치는 가족애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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