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진 오현경 "지금이 가장 평온해"(인터뷰)

양승준 기자I 2011.07.29 09:22:05

tvN 음악토크쇼 `러브송` MC
"인생을 배운다"

▲ 오현경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환지통(幻肢痛). 사고로 없어진 팔다리에 느끼는 통증을 일컫는 말이다. 외상이나 수술로 팔다리를 잃어도 뇌에는 그에 관한 기능이 남아 있다. 일종의 마음의 상처다. 배우 오현경(41)을 보면 `환지통`이 떠올랐다. 여배우로서 꽃을 피울 무렵 겪은 가슴 아픈 사건. 상처는 깊었다. 그리고 한 번의 이혼. 2007년 연예계에 복귀했지만 부드러운 웃음 속 오현경의 마음은 딱딱하게 굳어 있을 거로 생각했다. "지금이 인생에서 제일 평온하고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오현경의 눈이 빛났다. 딸 채령이의 말이 나올 때면 "김연아를 닮았다"며 행복에 젖었다. 함께 방송하는 동갑내기 개그우먼 조혜련과 수다를 떨 때는 `명랑소녀(?)`가 됐다." 오현경은 유쾌했고 긍정적이인 사람이었다.
 
◇ 23년 만에 음악토크쇼 MC.."자연스러운 나를 보여주고파"
오현경이 세상에 입을 열었다. tvN 음악토크쇼 `러브송`을 통해서다. 데뷔 23년 만에 정식 MC 외출. 오현경은 "자연스러운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에 기가 센 여자`.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현경의 이미지는 그랬다. 드라마 속에서 캐릭터 강한 역을 많이 맡았던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 틀을 토크쇼를 통해 깨고 싶었다는 게 오현경의 말이다.

그는 `러브송`에서 편한 언니가 됐다. 게스트들이 와인잔을 기울이며 독을 품은 상처를 얘기할 때면 사려 깊은 `귀`가 돼 줬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들춰내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낚시를 하러 집을 나선 아버지와 통화를 마치고 한 시간 뒤 객사를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딸을 홀로 키우는 요즘 아버지의 자리가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진다." 오현경은 "아버지 얘기는 연예계 데뷔 후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며 "근데 추억이 깃든 음악을 들으며 속 얘기를 하니 고해성사하듯 얘기가 나오더라"고 했다. `러브송`은 MC와 게스트가 그간 세상에 꺼내놓지 않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주고받으며 그에 얽힌 음악을 듣고 함께 감성을 공유하는 콘셉트의 토크쇼다. 오현경은 "`러브송`을 하며 인생을 배운다"고도 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들으며 `세상 사는 것이 다 똑같고 잘 견디는 사람만 살아가는 구나`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며 "연예인이지만 자신을 스스로 가두며 살아가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 오현경

◇ `딸바보` 오현경 "채령이, 김연아 닮아"
세상에 마음을 연 오현경은 편안해 보였다. 그는 "내 인생에서 뭘 버려야 하고 지켜야 하는지가 머릿속에 섰다"고 했다. 우유부단한 성격에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지만 쓸데없는 사람들을 끊고 나니 삶 자체가 단순해졌단다. "내 아이 그리고 가족, 일만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편해졌고 내 생활도 즐길 수 있게 되더라." 초등학교 2학년인 딸 채령이 얘기가 나오자 오현경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딸이 김연아를 닮았다. 예쁘고 `몸짱`이다." 오현경이 `딸바보`가 됐다. 그러면서도 "채령이는 정말 어른스럽다. 나보다 강한 아이"라며 "아이가 기가 세 가끔 서로 기 싸움을 하면 내가 밀린다"며 웃었다.

◇ "지금 내게는 사랑보다 채령이"
삶에 안정을 찾은 오현경. 여자로서 다시 인생의 짝을 찾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그 부분은 쉽지 않다." 오현경이 진중하게 답했다. "나는 아이가 있다. 그리고 한창 예민할 수 있는 시기다. 내 사랑 때문에 아이가 상처받으면 안된다." 오현경은 자신보다 어머니를 앞세웠다. 그리고 "내게 지금 사랑은 중요하지 않다"며 "하지만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그 시기가 오지 않겠느냐"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열정은 뜨거웠다. 오현경은 "나도 할리우드에 나가 `섹스 앤더 시티`같은 작품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변화에 대한 갈망이다. `써니`얘기가 나오자 영화 출연에 대한 바람도 내비쳤다. 오현경은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데뷔하고 영화 출연 제의가 많이 왔는데 당시 좋은 영화들은 어느 정도 노출이 있어야 했다. 그에 대한 오픈이 안 돼 있었다"면서 "이젠 옛날처럼 쉽진 않겠지만 좋은 영화가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연기가 부족해서 속상하다"며 "연기력을 더 쌓고 싶다"며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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