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 "떴다고? 음악적 나태함 경계"(인터뷰①)

양승준 기자I 2009.10.26 10:14:18
▲ 힙합듀오 리쌍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합합듀오 리쌍(개리, 길)이 가요계 걸그룹 열풍 속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발매한 6집 ‘헥새거늘’ (Hexagonal)은 19일 인터넷 음반 판매량 집계사이트 한터 주간차트에서 음반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음원 차트에서도 강세다. 타이틀곡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는 음원 공개 2주가 넘었음에도 싸이월드, 멜론 등 음악차트에서도 정상을 이어가고 있다. 말 그대로 ‘리쌍 천하’인 셈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요. 전혀 예상 못했는데 많은 분들이 저희 음반을 들어줘서 감사할 뿐이에요. 특히 음원 공개되는 날 앨범 수록곡 전 곡이 음원 차트 100위 안에 들었는데 타이틀 곡 뿐만 아니라 여러 곡에 관심을 보여줘서 저희도 놀라고 있어요.”(길)

리쌍의 6집은 ‘장르의 용광로’다. 타이거 JK, 다이나믹 듀오 등 동료 힙합 뮤직션들은 물론 가수 이적과 윤도현, 김바다 등 록 뮤지션들도 참여했다.
 
리쌍과 음악적 궁합이 맞지 않을 것 같은 아티스트들의 피처링도 눈에 띄었다. ‘인디계의 서태지’ 장기하를 비롯 ‘음유시인’ 루시드폴이 리쌍과 합작을 한 것. ‘물과 기름같지 않을까’란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리쌍의 차분한 래핑은 루시드폴의 ‘Sur le quai’에 새롭게 가사를 붙인 ‘부서진 동네’에서 이국적인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캐스커와 함께 한 ‘저니’(Journey)에서는 리듬감있는 래핑으로 곡의 따뜻한 발랄함을 더했다.

“루시드폴, 캐스커, 장기하 모두 아날로그 감수성을 토대로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잖아요. 디지털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음악은 거꾸로 가고 싶었어요. 살면서 잊고 지내지 말아야 할 것들은 우린 놓치고 살잖아요. 세월이 흘러가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음악, 그런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음반을 만들고 싶었죠.”

리쌍 6집은 현대인들의 고민과 일상을 담은 스케치북이었다. 타이틀곡에서는 남녀간의 소소한 사랑이야기를 그렸고, ‘부서진 섬’에서부터 급변하는 세상 속 잃어버린 추억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 그룹 리쌍


‘가사의 날 섬’도 유효했다. 멤버 길의 예능 활동으로 리쌍의 팬들은 음악과 가사가 무뎌지지 않았을까 걱정했던 게 사실. 하지만 리쌍은 수록곡 ‘일터’에서 ‘오늘 하루도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기서, 미친 듯 살아가고 내 모든 것을 위해서’라며 노동의 고됨과 피할 수 없는 일상성을 꼬집었다. 직장인들을 위한 ‘찬가’인 셈이다.
 
‘투 리쌍’이라는 곡에서는 자기반성의 회초리를 들기도 했다. ‘모든 걸 이뤄보겠다는 꿈으로 성공이란 문을 두드렸다, 이 곡에는 너의 열정은 이제 물거품/차가 없을 때 버스에 앉아서 세상을 배웠던/천원짜리 한 장이 가장 소중했던 니 생애 가장 아름답던 순간을 잊었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투 리쌍’ 같은 곡은 경각심을 갖고 음악을 해보자라는 생각에서 작사했어요. 정말 열심히했던 1집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에서요. 우리고 데뷔 당시보다 배부르고 나니 나태해진 부분이 있어 경계하고 또 경계하자는 생각으로 가사를 썼죠.”(개리)

6집 ‘헥새거늘’은 리쌍은 윤미래와 타이거 JK 등이 속한 정글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바꾸고 처음으로 낸 음반이다. 리쌍에게 의미가 남다를 수 있을 법도 하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음악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안정적인 출발을 하고 싶었어요. 육각형이 가장 안정감이 느껴지는 도형이잖아요. 하지만 소속사를 바꿔서 우리가 변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윤미래나 타이거 JK 등 소속사 식구들이 워낙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편했죠.”(개리)

“생각보다 새 음반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 부담이 되기도 한다”는 길. 하지만 “서로 해체도 해봤고 여러 굴곡을 거쳐 이제 음악을 제대로 즐기는 일 밖에 없다”는 두 사람의 말에는 음악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한동안 그늘 속에서 칩거했던 이들이 예능과 음악계에서 동시에 주목을 받는 존재가 된 리쌍. 두 남자가 앞으로 음악적 초심을 잃지 않고 어떻게 만화경 속 세상을 음악으로 풀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 힙합듀오 리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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