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한국의 월드스타①]'한국엔 없다'...월드스타에 관한 몇가지 시선

장서윤 기자I 2009.06.04 09:31:55
▲ 비 전도연 존 조 보아 김윤진 배용준 전지현 봉준호 감독 이병헌 박찬욱 감독 다니엘 헤니 문 블러드 굿(맨 윗줄 왼쪽부터 차례로)

올초 '피겨요정' 김연아, 한국 야구팀이 보여준 선전에 온국민은 열광했다. 그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온국민의 가슴 속에 아로새겼다.

그렇다면 우리 연예계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언제부터인가 한류, 세계화 관련 소식에 대중은 “글쎄”라는 반응부터 보이고 있다. 우리가 진정한 ‘월드스타’를 배출해 냈는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여전히 이견이 많다. 하지만 대중은 갈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클잭슨’ ‘마돈나’ ‘톰 크루즈’ 같은 세계적인 대스타가 나와주길 말이다.

미래스타, 즉 월드스타의 조건으로는 노래, 연기 등 기능적인 조건들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곤란하다. 일부에선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임권택식 세계화는 끝났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스타들은 ‘월드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또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가.
 
이데일리 SPN은 창간 2주년을 맞아 ‘미래스타, 즉 희망’을 화두로 설문을 실시했다. 이번 설문에는 톱스타 비를 비롯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그룹 회장, IiHQ 정훈탁 사장, 봉준호·심형래 감독 등 세계화를 위해 앞장서온 연예계 대표 리더 18인이 참여해 월드스타의 방향성에 관한 여러 고견들을 전했다. 그들이 말하는 글로벌 시대, 스타들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SPN 2주년 특별기획 시리즈 ‘월드스타가 없다’는 4, 5일 양일간에 걸쳐 연재된다.<편집자주>

[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한국에서 최초로 '월드스타'란 칭호로 불린 이는 배우 강수연이다.
 
1987년 영화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월드스타'라는 영광스런 호칭까지 덤으로 거머줬다. 국내 배우가 베니스영화제와 같은 국제적인 행사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기는 당시 강수연이 처음이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 해외 진출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해낸 몇몇 연예인들에게 붙는 '월드스타'란 호칭은 종종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곤 한다.
 
'월드스타의 기준'을 묻는 질문부터 '언론의 지나친 띄워주기'라는 비판 의견, '미국진출=월드스타'란 공식이 정당한지를 묻는 의견까지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처럼 좁은 한국시장을 벗어나 '해외진출만이 살길'이라는 구호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시점에서 '월드스타'의 상을 제시하는 부분은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월드스타'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은 실은 '세계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연관된, 다분히 철학적인 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연예산업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떨까. '월드스타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주제로 연예기획사 대표·영화감독·평론가 등 업계 관계자들의 답변을 통해 현 시기 '월드스타'의 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 정훈탁 iHQ 사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그룹 회장,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표종록 BOF 대표(왼쪽부터)

 우선 '월드스타'의 개념적 정의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전세계적인 보편성'을 가진 스타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그룹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는 "춤·노래·연기 등에 대한 기본적인 실력과 호감을 주는 외모로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스타"라고 월드스타를 정의했으며, 배우 이병헌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중인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국내를 넘어 외국 시장에서도 스스로의 이미지로 본업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좀 더 광범위한 정의도 제시됐다. 

정훈탁 iHQ 사장은 "문화에 대한 월드와이드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타 문화권 대중에게도 동질감을 줄 수 있는 스타"라며 "영화 한 두 편으로 갑자기 스타덤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 외국 문화 속에도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렸다.

해외 진출에 성공한 한국 연예인들을 예로 '월드스타'의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한 사례도 눈에 띄었다.
 
표종록 BOF 대표이사는 "현재까지 모습을 살펴보면 전도연·비·김윤진 등의 유형이 모두 주목할 만하다"라며 세 사람의 예를 분석했다.
 
첫번째 유형은 연기력으로 승부해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린 예로 영화배우 전도연이 이에 속한다. 표 대표는 "전도연 씨는 전세계 영화 관계자들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봉준호 감독 또한 비슷한 이유로 배우 송강호를 '업계 종사자들 사이의 월드스타'로 꼽았다. 봉 감독은 "대중적인 한류스타는 아니지만 선수(배우)들끼리 인정하는 스타는 송강호"라며 "타국 배우들이 존경하는 배우이자 유럽의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 유형으로는 청소년 팬층의 뜨거운 사랑을 등에 엎고 강력한 '팬덤(fandom)'을 몰고 다니는 비가 있다. 비가 '월드스타'라는 호칭을 얻기까지는 아시아권 10대를 중심으로 한 폭발적인 지지와 이에 따른 언론의 관심이 크게 일조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연스러운 영어 구사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김윤진과 다니엘 헤니의 유형을 들었다.
 
김윤진은 ABC 드라마 '로스트(LOST)'의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다니엘 헤니는 할리우드 영화 '엑스맨:울버린'에 이어 CBS의 '쓰리 리버스(Three Rivers)'에도 주연급으로 캐스팅되면서 단박에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표 대표는 "이들 세 유형 중 어느 것이 옳다거나 한 방식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방식의 '월드스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월드스타'의 개념 또한 기존의 서구 중심적 사고에서 탈피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월드스타=미국 진출 성공'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점차 커지는 아시아 시장 확대를 통한 월드스타 탄생도 모색해야 한다는 것.
 
표 대표는 "현재 할리우드의 전략을 살펴보면 아시아 시장 확대에 따라 동양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아시아권 관객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할리우드 작품에 중국 배우들의 캐스팅이 빈번한 것도 중국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월드스타'를 반드시 '해외진출을 하는 스타'란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한국 문화 시장 자체를 키워서 한국 내 스타가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타진하는 것이 더 건설적이라는 얘기다.
 
표 대표는 "예를 들어 저작권법 보호만 잘 이뤄져도 현재 문화시장의 2~3배는 확대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봉준호 감독 또한 이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봉 감독은 "세계영화계를 할리우드가 장악한 상황이 특수하고 기형적"이라며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블록버스터를 찍는 것이 꼭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하나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한국 영화는 이미 나름의 틈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
 
봉 감독은 "'올드보이'나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망을 타지 않았지만 많은 나라에서 개봉됐고 세계 각국의 DVD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직까진 '월드스타=북미 중심의 스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단연 팽배했다.
 
하재봉 영화평론가는 "'월드스타'란 문화적인 영향력이 큰 곳에서 배출돼 다른 문화권에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는 스타"라며 "현재로선 북미시장의 스타가 곧 월드스타"라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

비(가수 겸 배우), 봉준호, 신태라, 심형래(이상 영화감독), 이수만(SM엔터테인먼트 그룹 회장), 박진영(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정훈탁(iHQ 사장), 손석우(BH엔터테인먼트 대표), 표종록(BOF 엔터테인먼트 대표), 정규호(소니뮤직코리아 마케팅팀 부장), 임향민(유니버설뮤직코리아 마케팅팀 과장), 황진(워너뮤직코리아 마케팅팀 대리), 김봉석, 심영섭, 하재봉(이상 영화평론가), 김작가, 박은석, 임진모(이상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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