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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온 '헤라클레스' 슈타이너, 역도 최중량급 극적인 우승

조선일보 기자I 2008.08.20 09:02:28
[조선일보 제공] "실패한다고 해도 잃을 게 없었다. 금메달을 따려고 여기에 온 것 아니냐."

19일 열린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 최중량급(105㎏ 이상급) 결승. 독일의 마티아스 슈타이너(26)는 용상 3차 시기에서 258㎏을 신청했다. 2차 시기 때 성공한 248㎏에서 무려 10㎏을 늘린 무게였다. 에프게니 치기세프(러시아)가 합계 460㎏으로 먼저 경기를 끝낸 상태. 인상에서 203㎏에 그친 슈타이너가 금메달을 따려면 '도박'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바벨을 가슴 위에 받치고 일어선 슈타이너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힘을 모았다. 바벨이 머리 위로 솟구쳤고, 무게를 버티려 용을 쓰는 슈타이너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성공. 합계 461㎏(인상 203㎏, 용상 258㎏)으로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146㎏의 거구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플랫폼 주변을 껑충껑충 뛰었고, 자신이 들어올린 바벨에 키스를 했다. 금메달을 눈앞에 뒀던 치기세프는 허탈함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라트비아의 현직 국회의원인 빅토스 스케르바티스가 동메달(합계 448㎏)을 땄고, 한국의 전상균(27·조폐공사)은 인상에서 3번 모두 실패해 실격패 했다.

올해 유럽선수권대회 2위를 빼면 내세울 경력이 별로 없는 슈타이너는 '인간 기중기' 후세인 레자자데(이란)가 없는 틈을 타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사나이'로 우뚝 섰다. 인상(213㎏), 용상(263㎏), 합계(472㎏)에서 모두 세계기록을 갖고 있는 레자자데는 작년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해 올림픽 3연패(連覇)가 무산됐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슈타이너는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사진 한 장을 들어 보였다. 작년 7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 수잔이었다. 그는 경기 후 "수잔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나를 응원할 거라며 적금을 붓고 있었다. 오늘의 금메달은 아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때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아내가 미치도록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베이징은 슈타이너의 두 번째 올림픽 무대다. 슈타이너는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선 오스트리아 유니폼을 입고 남자 역도 105㎏에 출전해 7위에 머물렀다. 2005년 팀 내 불화로 오스트리아역도연맹을 탈퇴한 슈타이너는 아예 독일로 이주했고, 아내를 만나 결혼한 뒤 시민권을 신청했다. 시민권을 기다리는 2년 넘게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올해 1월에야 시민권이 나와 독일인이 됐다.

시상식 후 기자회견장에 앉은 슈타이너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패 옆에 아내의 사진을 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나이는 "아내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텐데…"라며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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