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무한도전’, ‘유종의 미’는 불가능한가

김윤지 기자I 2018.03.09 06:11:00
사진=MBC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무한도전’이 이별을 예고하고 있다. 무려 방영 기간만 12년이다. 사람이라면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 누군가는 생의 황금기를 함께 했고, 어떤 이에겐 유년 시절 친구와 같다. 이별 과정도 각별하다.

9일 방송계 관계자에 따르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 6인은 김태호 PD와 함께 프로그램을 떠나는 방향으로 마음을 정했다. 기존 멤버와 새 제작진이 시즌2를 꾸려나가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유재석을 중심으로 멤버들은 전원 하차로 가닥을 잡았다.

다음을 준비하는 새 제작진의 마음은 무겁다. 현 체제의 ‘무한도전’ 종영일은 이달 31일로 확정됐지만, 그 이후에 대해선 밑그림도 그리지 못했다. 기존 멤버들이 전원 하차를 결정하면서 출연진부터 다시 구성해야 한다. 첫 방송까지 여유 기간을 준다 해도 섭외, 기획, 촬영, 편집까지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여기에 ‘무한도전’이란 이름값, 시청자의 기대치 등이 주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문제는 시청자에겐 이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럽다는 것이다. 현재 종영까지 3주 남짓. ‘무한도전’과 헤어짐을 시청자가 받아들이기에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다. 김태호 PD의 연출 하차 가능성은 지난 2월 초 처음 알려졌다. MBC는 “김태호 PD는 크리에이터로 함께 한다”며 안심시켰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방영한 ‘토토가3-H.O.T.’의 열기는 이조차 잊게 만들었다. 때문에 “알고보니 현 ‘무한도전’이 종영까지 4회 남았다”는 사실은 시청자에게 충격이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종영 특집 등 안녕을 고할 시간이 주어졌다면 달랐을지 모른다.

예능은 드라마와 달리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름다운 이별은 극히 일부다. 그것도 시즌제 예능에 국한됐다. 대부분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씁쓸히 퇴장한다. 대한민국 방송사에 한 획을 그은 ‘무한도전’이다. 그동안 MBC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지금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현 체제의 ‘무한도전’은 종영까지 4회가 남았다. 이 시간들이 역사로 남을 ‘무한도전’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현 ‘무한도전’에 어울리는 마침표. 적어도 ‘무한도전’은 ‘예능의 비극’에서 예외가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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