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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한선화는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걸그룹 시크릿 출신인 그는 2009년 데뷔해 무대와 예능을 오가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로서 첫 작품은 KBS2 ‘광고천재 이태백’(2013). 비교적 안정적인 실력으로 눈도장을 찍더니 이후 SBS ‘신의 선물-14일’(2014), tvN ‘연애 말고 결혼’(2014), MBC ‘장미빛 연인들’(2015) 등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 아예 배우로 전향했다. 시크릿을 공식 탈퇴하고 화이브라더스로 적을 옮겼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4일 종영한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이하 ‘오피스’)를 만나기까지 그에겐 2년이란 공백기가 생겼다. 데뷔한 이래 가장 긴 휴식이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그에겐 쓴 약이 됐을까. ‘오피스’에서 직장 여성의 현실적인 고민을 대변하는 하지나 대리로 분해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아직 여운이 남아 있다”는 그를 만나 ‘오피스’와 지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②로 이어)
―‘배우’ 한선화의 첫 작품이 끝났다. 기분이 어떤가.
△작품이 끝나면 역할에 대한 느낌이 남아 있는 편이다. 지금도 하지나 대리에 대한 여운이 남아 있다. 오피스물이라 여러 출연진이 같이 나온다. 매일 학교 가는 기분이었다. 행복한 촬영장이었다. 아쉬움이 크다.
―실제 직장 경험이 없다. 직장인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구했나.
△우선 대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모르는 부분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다만 이 드라마를 하면서 취업준비생 친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겠더라. 은호원(고아성 분) 캐릭터가 그 부분을 잘 표현해준 덕분이다.
―공감 가는 대사나 장면이 있었나.
△하지나 대사 중에 “워킹맘은 조금만 실수해도 ‘애 있는 여잔 이래서 안 된다’고 한다. 미혼녀는 조금만 깐깐해도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한다”가 있다.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 100%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와 닿았다. 일반적인 직장과는 다르겠지만 연예인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여자로서 고충이 있지 않나. 그렇게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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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이니까 알 수 있는 섬세함이 있지만, 일하는 부분에서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늘 여자 감독님을 지지한다. 현장을 통솔할 때 굉장히 멋있다. 여자 PD들이 절대 약하지 않다. 원하는 게 뚜렷하고 추진력도 강하다. 정지인 PD님은 ‘장미빛 연인들’ B팀 감독님이었다. 언제나 호탕하시다. 정회현 작가님은 대본에서 작가님의 감성이 느껴진다. 현실적인 대사가 쉽게 쓰여 있단 느낌을 받았다. 대사 한줄 한줄 참 좋았다.
―상대역인 이동휘와 헤어진 연인을 연기했다. 첫 회부터 이별 장면이라 어려움은 없었나.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나와 도기택(이동휘 분)은 3년 된 커플이었다. 감독님께서 말 없이 서 있기만 해도 오래된 연인의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동휘 선배와 같은 소속사일 뿐 사적인 친분은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서로 각자 많이 준비 해왔다. 주어진 시간 내에 소통을 많이 하면서 만들어 나갔다. 도기택과 사랑을 통해서 직장인 하지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기택과의 장면에서 답을 찾고자 했다.
초반 하지나는 모르는 척, 약한 척 빠져나가는 얄미운 캐릭터로 그려진다. 과거 유능한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의욕 넘치는 인물이었지만, 유리천장에 부딪치는 여자 선배인 조석경 과장(장신영 분)을 보고 현실적인 타협을 하게 된다. 후반부 그의 사연이 드러나 일종의 반전을 안겼다.
△캐릭터의 속마음과 겉마음이 다를 때 표정과 대사에 더욱 신경 썼다. 감독님이 하지나라는 인물에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다. 덕분에 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인터뷰②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