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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거기…정체된 예능 MC
12일 첫 방송된 SBS플러스 ‘손맛토크쇼 베테랑’은 김국진·김구라가 진행을 맡는다. 윤정수·양세형·임수향 등이 함께 하지만, 인지도나 경력을 따지면 두 사람이 간판MC다. 김국진과 김구라라는 조합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토크쇼가 있다. 두 사람이 9년 동안 몸담은 MBC ‘라디오스타’다. MC 절반이 겹치니 당연한 결과다. 낚시라는 콘셉트가 추가됐지만, 독한 토크쇼라는 기시감도 있다.
예능인은 인력풀 자체가 제한적이다. 수시로 신인이 등장하는 가수나 배우와 다르다. 특히 스튜디오 예능은 한정된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결과물을 뽑아내야 한다. 검증된 MC가 효율적인 선택이다. 과거 물의를 빚었던 김용만·노홍철·이수근 등이 1~2년 만에 복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을 대체할 재능 있는 신인을 찾으려면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MC에 프로그램이 쏠린다. 배우들은 비슷한 시기 주연작이 2개 이상이면 겹치기 출연이란 지적을 받는다. 예능인들은 요일과 시간만 겹치지 않으면 비난에서 벗어난다.
◇제2의 유재석은 못 나오나
제작진은 채널 간 치열한 경쟁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방송사가 도전과 실패를 기다려주지 않는 시대”고 아쉬워했다. 그는 “케이블·종편까지 합세한 요즘 시청률 경쟁이 심화됐다”며 “단기적인 성과에 목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작진 입장에선 검증된 MC가 가장 안전하다.
사람을 키울 여유도 없다. 유재석, 강호동 등 인기 MC들은 과거 일정 기간 훈련을 받았다. 방송사 공채를 통해 신인 개그맨으로 선발되거나, 개그프로그램을 통해 개그를 연마했다. 인지도를 어느 정도 쌓은 후에는 토크쇼에서 패널로 활동하다 스타로 성장했다. 씨름 선수 출신인 강호동도 MC가 되기 전 MBC ‘오늘은 좋은날’의 콩트 ‘소나기’에 출연했다. MC의 산실이 됐던 코미디 프로그램은 예전만 못하고, 스튜디오예능 보다 버라이어티가 각광받는 요즘이다. MC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사라졌다.
빈자리를 뚫고 들어온 이들이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뜬 스타는 많지만, 진행이 가능한 예능인은 많지 않다. 김성주, 전현무처럼 예능감과 말솜씨를 두루 갖춘 아나운서 출신은 방송가에서 ‘핫’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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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들은 결국 제작진의 치열한 고민이 답이라고 말한다. 도전을 하지 않으니 발전도 없다는 뜻이다.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나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는 전형적인 포맷이지만 여성 출연진을 기용했다. ‘여자 예능’이 사라진 방송가에서 파격적인 행보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기회가 없어 검증 받기 힘들었던 개그우먼들의 진행 실력도 빛을 발하고 있다. 김숙, 박나래 등이 대표적이다.
굳이 새로운 MC가 필요한지 의구심을 표하는 이도 있다. 한 케이블채널 PD는 “좁은 시장이다. 당대 대중이 선호하는 스타는 정해져 있다”면서 “수요가 없다면 공급도 없다. 이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MC의 능력에 기대어 흘러가는 예능프로그램은 전통적인 작법이다. 최근엔 PD가 편집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스토리도 만들어낸다. MC의 역할을 PD가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PD는 화면 밖에 존재한다는 선입견은 깨진 지 오래다. 나영석PD는 tvN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등을 통해 제3의 멤버로 활약 중이다. 퀴즈쇼 형식을 빌려온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는 아예 이근찬PD가 문제를 출제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 예능은 한계에 다다랐다. 새로운 포맷이 나오지 않고, 유행처럼 하나의 포맷을 쫓아간다. 지금처럼 일부 인기 MC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다면 예능 시장 자체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면서 “방송사와 제작진이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 새로운 인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