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고' 성동일 "내 안에 김용화 있다"(인터뷰)

최은영 기자I 2013.07.17 08:56:50

김용화 감독과 세 번째 합작..속물 에이전트 성충수 역
몸값 120억 고릴라 이상의 존재감..'미스터 고' 신의 한 수

영화 ‘미스터 고’의 주연배우 성동일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17일 개봉한 영화 ‘미스터 고’에는 배우 성동일(46)이 나온다. 그런데 그의 특기인 세 가지가 빠졌다. 코믹 애드리브, 페이소스 묻어나는 눈물 연기, 손뼉을 마주쳐주는 상대 배우가 이번 작품에는 없다.

영화의 모든 것은 주인공인 ‘야구하는 고릴라’에 맞춰졌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 전체 225억 원의 제작비 가운데 120억 원이 이 고릴라를 만드는 데 쓰였다.

극 중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중국 룡파 서커스단의 단장인 웨이웨이(서교 분)를 꼬드겨 그곳의 명물인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을 한국 프로야구계에 입문시키는 에이전트 성충수. 돈에 죽고, 돈에 사는 속물이다. 의리 등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어 ‘인간 사냥꾼’으로 불린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성동일의 ‘미스터 고’ 출연료는 “링링의 털 한 움큼 정도”다. 하지만, 성동일이 없는 ‘미스터 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성충수와 링링이 식탁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은 배우 성동일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성동일은 거나하게 술에 취해 “내 별명이 사냥꾼이야, 인간 사냥꾼. 잡아다 다 팔아먹었어. 미국에 일본에. 키워보는 게 네가 처음이다” 고백한 뒤 ‘헤헤’ 웃으며 링링과 다정하게 술잔에 안주까지 주고받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절로 그 사이에 끼어서 맛나게 술 한잔을 걸치고 싶어진다. 그런 연기를 그는 받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원맨쇼’로 해냈다.

성동일은 그런 면에서 ‘사냥꾼’, 맞다. 매 작품 주연보다 빛났고, 작품은 망해도 그는 살았다. 성동일은 “한 신만 제대로 살리면 된다”고 나름의 비결을 이야기했다.

“예를 들면 ‘응답하라 1997’에서 수술을 받기 전 교회에서 기도하는 장면, 드라마 ‘추노’와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마지막 장면 등이 그런 거죠. ‘이 조선에서는 한번 개로 태어나면 죽어도 개인 것을….’ 얼마전 ‘장옥정’에서 장현이 죽어가며 하는 마지막 대사도 제가 직접 만들어 넣은 거예요. 감독이 고맙다고 하더군요. 이번 영화에서도 한 세 장면 정도 힘을 세게 줬습니다. 그중 하나는 반응이 오겠지요.”

말하자면 성동일은 가격 대비 성능이 월등한 엔진 같다. 상대적으로 적은 출연료가 서운하지는 않을까. 성동일은 “손해 많이 봤다”면서도 “하지만 괜찮다. 김용화 감독 작품에 출연하면 이후 돈벌이, 후폭풍이 좋거든?”이라고 익살스럽게 눙쳤다.

영화 ‘미스터 고’에서 속물 에이전트 성충수 역할을 맡은 배우 성동일. 무형의 주인공 고릴라 링링과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성동일은 김용화 감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벌써 세 작품째 함께하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2006) 622만 명, ‘국가대표’(2009) 848만 명. 흥행 성적도 상승세다. 이번 작품 ‘미스터 고’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확정했다. 성동일은 김용화 감독과의 관계를 “믿고 믿어주는 사이다”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이 사적으로 굉장히 친한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미녀는 괴로워’ 때는 술은커녕 밥 한번 따로 먹은 적이 없는 걸요. 그 영화 마치고 2년 만에 전화 와서 ‘스키 탈 줄 아느냐?’라고 물어 ‘국가대표’ 찍었고, 또 2년 만에 ‘야구 좋아하느냐?’라고 물어 ‘미스터 고’ 촬영했어요. 중간에 한 번 정도 전화는 합니다. 저를 모델로 대사를 쓰다가 막히면 목소리 들으려고 하는 거죠. 이번 작품에 성충수도 처음부터 저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해요. 그래서 성(姓)이 같잖아요. 안 할 수가 없는 거죠. 무심하고 무뚝뚝하지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사람입니다.”

성동일은 “내가 하는 연기에는 항상 롤모델이 있다”고 했다. 드라마 ‘뉴하트’에서 천성적으로 아이를 좋아하는 의사 이승재는 큰아들 준이, 둘째 빈이, 셋째 율이를 모두 받아준 산부인과 의사가 모델이었다고 부연했다. ‘국가대표’의 방 코치와 ‘미스터 고’의 성충수는 김용화 감독을 보고 캐릭터를 잡았다.

“제가 맡은 역은 사실 모두 김용화 감독이에요. 김 감독은 강원도 대표 태권도 선수였고, 저는 실제로 유도 코치를 했기 때문에 ‘국가대표’가 나왔고. 이번에 ‘미스터 고’ 성충수도 먹고 살기 위해 독사처럼 뛰어들잖아요. 자신감 하나 가지고. 김 감독이 딱 그렇죠. 김 감독은 실제로 뒤꿈치를 땅에 붙이고 걷는 법이 없어요. 늘 빨리빨리 움직이는데 보면서 ‘이거다’ 했어요. 촬영 두 달 전부터 김 감독처럼 통통 튀면서 걷는 법을 익혔죠.”

성동일은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1998년 드라마 ‘은실이’에서 ‘빨간 양말’ 양정팔 역할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수십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개성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 첫째 성준 군과 출연해 ‘무뚝뚝한 보통 아빠’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표작을 묻자 이름만 들어도 이미지가 단박에 떠오르는 캐릭터들을 줄줄이 꾄다.

“배우로 얼굴을 알린 건 ‘은실이’였죠. 이름은 양말만 날렸지만. 영화 쪽에서 성동일이란 배우를 알게 된 건 ‘미녀는 괴로워’였어요. 희로애락이 집약된 연기를 보인 건 ‘국가대표’. ‘응답하라 1997’로는 아버지상을 제대로 보인 것 같아요.”

성동일은 ‘생활형 연기자’를 지향한다. “제가 비주얼 배우도 아니고 매력이 있다면 그건 ‘솔직함’일 거예요. 매니저도, 스타일리스트도 없어요. 오늘도 옷장에 있는 제 옷 그대로 꺼내입고 나왔는데. 머리도 직접 만지고요. 저는 이게 편하고 좋습니다. 작품에서, 일상에서 보여지는 그대로가 그냥 접니다.”

(사진=한대욱 기자)

 
▶ 관련기사 ◀
☞ 몸값 100억 주연배우..'사람이 아니무니다~'
☞ 200억, 400억..한국영화 실험, 결과도 '억!' 소리 날까
☞ 성동일 출연료 언급, “고릴라 털 한 움큼 수준”
☞ '미스터 고' 서교, "다시 만난 성동일, 술 많이 드신 듯" 폭소
☞ '성준 아빠' 성동일, '미스터 고' 위해 16kg 감량

 ▶ 관련포토갤러리 ◀
☞ `미스터 고` 성동일-김용화 사진 더보기
☞ `미스터고` VIP 시사회 사진 더보기
☞ `미스터 고` 언론시사 사진 더보기
☞ `미스터 고` 팬미팅 쇼케이스 사진 더보기
☞ `미스터 고` 미디어 쇼케이스 사진 더보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