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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카센터 직원, 밤에는 불법 콜 기사로 ‘투 잡’을 뛰는 차종우(신하균). 그는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용의자로 지목된다. 이때부터 경찰과 정체불명의 이들이 그를 쫓는다. 차종우는 살인누명을 벗기 위해, 그리고 고등학교 때 낳은 아들 차기혁(이민호)에게 ‘쪽 팔리지’ 않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뛰기 시작한다.
‘런닝맨’은 작정하고 놀 판을 깐 오락 영화다.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오로지 앞을 향해 달린다. 뒤돌아 보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뒤에 누가 쫓아오기 때문이다. 살인 누명을 쓰고, 주변 사람이 죽으면서 분노가 끓어오르지만, 평범한 한 남자가 믿을 곳은 두 다리 뿐이다. 뛰고 또 뛴다.
영화의 쾌감은 뛰는 남자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에서 온다. 벽이 높을수록, 장애물이 험난할수록, 수렁이 깊을수록 관객의 즐거움은 커진다. 덤프트럭이 주인공 코앞에서 멈추고, 컨테이너 박스가 주인공이 탄 차를 덮친다.
인물 설정은 간단한다. “아들 인생은 아들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전과 4범의 철부지 아버지. 머리는 좋지만 공부와 담 쌓고 싸움질만하고 다니는 아들. 티격태격하던 부자(父子)가 서로의 소중함을 깨 달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감독도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가 복잡한 다른 영화와 선을 그었다. 조동오 감독은 “어렵거나 복잡하거나 생각을 많이 하게하는 영화가 아니다”며 “따뜻하고 쉽고 재밌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땀 냄새 나는 액션이다.스케일은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 한 맛의 액션이다. 마트 카트를 타고 내리막길을 질주하고, 떨어져 죽지 않을 만큼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식이다. 안쓰럽지만, 정이 간다. 신하균은 촬영 중 갈비뼈가 부러졌다. “모든 장면을 다시 찍고 싶지않다”고 말할 정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액션에 어울리는 웃음 코드가 없었다는 점이다. 곳곳에 웃음을 위한 부비트랩을 설치했지만, 잘 터지지 않는다. 여기에 매끄럽지 못한 편집에 앞으로 내달리던 영화가 종종 덜컥거렸다.
주인공에 맞선 악당도 아쉬웠다. 음모의 배후세력은 거대했지만, 촘촘한 캐릭터가 잡힌 악당은 없었다. 주인공 반대편에 서서 곳곳에 장애물을 설치했지만, 악당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뛰는 주인공위에 나는 악당이 필요했지만, ‘런닝맨’의 악당은 기고 있었다.
오는 4월4일 개봉. 상영시간 1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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