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CG, 한국영화의 힘]②기술력 덕분이라고? 문제는 상상력

고규대 기자I 2013.01.04 10:22:45

디자인을 넘어 인체공학, 물리학, 수학까지
상상 그 이상을 만들어내는 국내 CG전문가 집단

‘너, 진짜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분할 합성 CG의 한 장면. 두 디지털 캐릭터를 분할 합성하는 건 간단하지만 서로 만지는 설정이 포함되면 작업이 더 복잡해진다.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작은 배에 탄 한 소년과 벵골호랑이의 기묘한 동행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 속 호랑이를 실제 호랑이의 모습으로만 담아내는 건 불가능해 대부분 CG의 도움을 받았다. 제작진은 진짜 호랑이와 디지털캐릭터로 만들어낸 호랑이를 교차로 사용해 어떻게 걷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심지어 어떻게 피부를 떠는지 표현했다.

국내 CG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 CG산업 종사들은 할리우드의 70% 수준까지 추격했다고 평했다. 영화 CG를 만들 때 가장 힘들다는 물과 불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정도는 이미 넘어섰다.

“영화 CG는 사람의 눈을 속이는 마술”이라고 말한다. 그 때문에 사람의 눈에 가장 익숙한 대상, 예를 들어 사람, 애완동물, 물과 불 등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어렵다. 오히려 상상력이 가미된 로보트 등 가상의 캐릭터는 그나마 쉽다.

국내 영화 CG산업은 풍부한 상상력을 기초로 한다. 물과 불이 만나는 가상의 상황뿐 아니라 남녀의 사랑을 감각적으로 표현할 때(영화 ‘만추’의 도시 속 안개 장면), 또 다른 나를 만날 때(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광해군이 닮은꼴 광대를 만나는 장면) 등에도 CG가 쓰인다. 영화 ‘타워’의 CG 작업에 참여한 최재천 디지털아이디어 부장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건물을 여의도 한복판에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리얼리티에 중점을 둬서 작업했다”며 “타워스카이를 포함해 주변 배경도 낮밤을 구분해 가상의 디지털 세트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영화의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단지 프로그램의 도움만이 필요한 게 아니다.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할 때는 인체공학을 알아야 하고, 물과 불의 움직임을 만들 때는 물리학이 기초가 되어야 하고, 폭파 신을 그릴 때는 전자공학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가상의 디지털캐릭터의 표정 연기를 그릴 때는 심지어 철학이 필요할 때도 있다.

영화 CG 산업에는 이처럼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전문가가 모인다. 각각 CG업체에는 대학 시절 전공을 살린 이들이, 저마다 영화에 대한 매력에 빠져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 또 다른 CG업체인 게임 분야, 애니메이션 분야 등은 영화의 CG와 다른 듯 같다. 이들 업체간에는 인력 교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기술적 진보는 함께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국내 영화 CG산업 성장에 심형래 감독의 영구아트무비가 한몫을 했다는 점이다. 중국 영화 ‘삼국지: 용의 부활’ 등으로 중국 영화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넥스트비주얼에는 유희정 대표를 비롯한 영구아트무비 출신 등이 영화 ‘용가리’ CG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다수 있다. 한 CG업체의 종사자는 “국내 CG 기술의 기술적 노하우를 쌓는 데 영구아트무비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디워’ 등은 현재 각 CG업체가 상상력을 기초로 자체콘텐츠 개발을 하겠다는 꿈을 키우게 된 모델이라고도 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CG, 한국영화의 힘]① 할리우드까지 진출..올해 두배 성장
☞[CG, 한국영화의 힘]③'한국의 픽사', 탄생할 날 멀지 않았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