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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혼전의 이유? 팀 컬러 실종

정철우 기자I 2012.05.13 11:39:47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2012 한국 프로야구가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물고 물리는 혈전, 자고 나면 바뀌는 순위, 도대체 하루 앞을 예측할 수가 없다.

1위부터 7위까지는 연승과 연패 한번으로 언제든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1위도 7위도 5할대 승률 주위에 계속 머물러 있다.

혼전의 이유는 여러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상위권 팀들이 생각 만큼 치고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이나 KIA, SK 등 압도적인 질주가 가능할 것이라 예상됐던 팀들이나 두산,롯데 등 최근 몇년간 강팀의 면모를 갖춘 팀들이 물고 물리는 싸움에 묻혀 있는 것이 2012 프로야구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핵심은 팀 컬러 실종이다. 그동안 잘 해왔거나, 새롭게 시도하겠다던 야구가 잘 풀리지 않으니 기대 만큼 성적도 나지 않고 있다. 바꿔말하면 이들 팀 중 팀 컬러를 가장 먼저 회복하는 팀이 중반 이후 싸움에서 치고 나갈 확률도 높다.

삼성 - 불펜신화는 어디로
삼성은 강력한 불펜의 팀이다. 지난해 우승도 결국 압도적인 불펜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왼쪽부터 권혁, 정현욱,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하지만 올시즌엔 아직 지난해까지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4월, 삼성 불펜의 평균 자책점은 무려 4.49나 됐다. 지난해 2.44보다 2점이나 치솟은 수치다. 5월들어 안정세를 찾아가고는 있지만 아직 삼성 특유의 압도적 지키는 야구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불펜 붕괴는 팀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팀 타선의 부진, 특히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윤석환 SBSESPN 해설위원은 "슬럼프는 다 겪을 수 있다. 다만 팀까지 휘청이면 슬럼프가 길어질 수 있다.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삼성 불펜이 흔들린 것이 다른 부분에도 안 좋은 흐름을 만들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 - 선발, 공격야구로 전환?
SK는 이만수 감독 체제로 전환하며 보다 공격적인 야구로 전환을 선언했다. 선발 야구도 그 안에 포함됐다. 선발들을 길게 가져가며 불펜 투입을 최소화 하겠다는 뜻이었다.
▲ 올시즌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는 박정권.
그러나 지금의 결과는 기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SK 팀 타율은 2할5푼으로 전체 6위.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내는 팀이기도 하지만 출루율은 3할2푼6리로 꼴찌다.

대타 타율이 1할9푼에 머물러 있다는 것도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SK는 다양한 백업멤버 구축으로 늘 대타 타율이 높았던 팀이다. SK가 가장 강력했던 시즌으로 꼽히는 2008년, 대타 타율은 무려 2할9푼2리나 됐다.

선발 야구는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송은범이 12일 문학 넥센전서 거둔 승리가 무려 24일만에 나온 선발승이었다. 자연스럽게 불펜의 과부하가 걱정되는 상황이 됐다.

KIA - 선발 야구는 언제쯤
KIA는 선발 야구의 팀이었다. 지난 2009년, 10번째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 역시 선발에 있었다. 6선발 체제라는 새로운 시도는 KIA 마운드를 튼실하게 지켜주는 가장 큰 힘이 됐다.
▲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하지만 올해 KIA 야구에선 선발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떨어졌다. 믿었던 외국인 투수 앤서니와 라미레즈의 부진, 양현종의 부상 등은 선발 로테이션을 짜는 것도 힘겹게 만들었다.

슈퍼 에이스 윤석민이 홀로 고군분투 했고 최근엔 김진우도 부활조짐을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특유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 초전박살의 힘은?
롯데 역시 선발 야구를 했던 팀이다. 그 배경엔 강력한 타선이 있었다. 롯데 타선은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무너트리는 야구를 했다. 그 덕에 선발들이 보다 편하게, 보다 길게 던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엔 다소 양상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롯데 타자들의 3회 이전 타율은 3할2리나 됐다. 하지만 올시즌엔 2할4푼8리에 그치고 있다. 일찌감치 흐름을 잡지 못하다 보니 선발투수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선발 이닝이 줄어들 수록 불펜의 과부하도 커지고 있다.

물론 불펜을 많이 활용하는 양승호 감독의 스타일도 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홈런이 중하위권 수치로 떨어진 것도 아쉬운 대목. 이대호의 공백은 서서히 롯데의 부담이 되고 있다.

두산 - 발야구 팀 아니었어?
두산하면 우선 발야구가 먼저 떠오른다. 쉼 없이 달리며 상대를 흔들고, 강력한 중심타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상대를 무너트렸다.
▲ 고영민. 사진=두산 베어스
하지만 두산의 발은 올시즌들어 그 위력이 반감됐다. 점차 조짐이 나타나더니 이제 확실하게 힘이 떨어진 모습이다.

두산의 팀 도루는 12일 현재 21개로 전체 6위. 이종욱과 정수빈이 6개씩을 기록중이지만 그 뒤는 김현수 허경민의 2개 뿐이다. 고영민 오재원 등 대표 날쌘돌이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경기 출장이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

상대를 흔들지 못해서일까. 홈런 숫자도 크게 줄었다. 26경기서 고작 11개를 때려내는데 그치며 7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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