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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지난 27일 경남FC(감독대행 김귀화)와의 정규리그 맞대결을 앞둔 인천유나이티드 라커룸은 흥겨운 음악소리로 가득했다. 경기 전 인터뷰를 위해 감독실을 찾았을 땐 걸그룹 '미스 A'의 히트곡 '배드 걸 굿 걸(bad girl, good girl)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간 상태였지만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응대한 허정무 인천 감독은 "팀 분위기가 다소 침체된 것 같아 경쾌한 음악을 틀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허 감독 부임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풍경. 작은 것 하나하나부터 조목조목 고쳐나가려는 새 사령탑의 변화 의지가 음악에 묻어나왔다.
◇모든 것을 바꾼다
큰 틀에서의 변화도 준비 중이다. 허정무 감독은 "올 시즌 종료 후 대대적인 팀 리빌딩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선수단 개편 의지를 피력했다. 일찌감치 다음 시즌을 대비한 '옥석가리기' 작업에 돌입한 상태인데, 이미 선수단 정리 작업이 상당부분 진행돼 25명 정도만 남겨 놓았다.
허 감독은 "외국인 용병도 전원 교체할 것이며, 아시아쿼터를 활용한 전력보강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말로 의욕을 드러냈다. 최근 화제로 떠오른 '북한 선수 영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좋은 선수가 있다면 못 데려올 것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해 문호를 열어놓고 있음을 시사했다.
허 감독이 이렇듯 인천을 개혁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건 '변화를 통한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감독 자신이 취임 당시 밝힌 '유쾌한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준비단계인 셈이다.
◇스스로도 바꾼다
변화의 초점이 구단에만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다. 허정무 감독 자신 또한 '열린 축구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령탑 취임 이후 팬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종종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도 갖는다. '점잖은 축구신사'로 여겨져 온 과거 이미지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파격에 가까운 변신이다.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MBC 축구해설자로 나서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허정무 감독은 "과거에 해설자로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이번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볼 생각"이라면서 "무엇이든 즐겁게, 그리고 함께 하는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적극적이고도 긍정적인 변화의 추진체는 역시나 남아공월드컵의 기억. "악조건을 딛고 한국축구역사상 첫 원정16강을 이뤄낸 이후 유쾌한 도전을 통한 징크스 탈출의 기쁨을 깨달았다"는 것이 허정무 감독의 고백이다.
스스로를 포함해 작게는 인천유나이티드, 크게는 K리그와 한국축구에 긍정적인 변화의 기운을 주고자하는 허 감독의 '유쾌한 도전'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지금 K리그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허정무호의 발자취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