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KBO, 8개구단 고집할 필요 있을까

백호 기자I 2009.12.18 09:51:51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히어로즈는 스스로 다른 팀들의 선수 공급처 역할로 주저앉고 있다. ‘곧 구할 수 있다’고 수없이 장담하던 메인스폰서를 결국 구하지 못하고 이제 주축 선수들을 팔아 구단 운영을 하려 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KBO는, 우리는 왜 이런 히어로즈를 계속 견뎌야 하는가. 차라리 히어로즈가 구단 운영을 포기하도록 놔 두는 게 낫지 않을까.

많은 이들은 ‘그래도 8개 구단이 유지되는 게 낫다.’라고 말한다. 필자도 물론 여간한 상황이라면 8개 구단이 유지되는 쪽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히어로즈와 같은 제8구단은 존재가치가 별로 없다고 여겨진다.

한국 프로야구는 실제로 상당한 기간 동안 7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가 제7구단으로 합류하면서 7개 구단 체제가 시작되었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들어오면서 지금과 같은 8개 구단이 갖춰졌다. 그러니까 총 5년간(1986~1990년) 7개 구단 체제가 지속된 것이다.

이 5년간 스케줄상의 파행은 있었다. 팀의 수가 홀수이기 때문에, 한 팀씩은 야구를 쉬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 자체가 아주 엉망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시기는 우리 야구가 큰 인기를 구가한 황금기였다.

1986년은 선동렬(당시 해태)이 첫 MVP를 수상한 해다. 해태는 이때부터 4년간 한국시리즈를 연속 우승했다. 아직까지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로 남아 있는 ‘해태 제국’이 이때 만들어졌다.

1990년엔 신생팀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5년 동안 삼성이 3차례, 빙그레가 2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구단이 7개뿐이었지만, 이 7개 구단은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그리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87년에 창단한 빙그레가 불과 3년째인 89년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했고 이후 오랫동안 강자로 군림했다.

만년 약체이던 태평양도 89년에 플레이오프에 나갔다. 원년 우승팀이던 OB는 86~87년 플레이오프에 나간 뒤 그 뒤 3년간은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다른 팀의 분발에 밀린 탓이다. 롯데도 88년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 당시의 야구는 재미있었다. 7개 구단의 팬들은 5년 동안 모두 적어도 한 번씩은 가을 잔치를 구경했다. 우승은 대체로 해태가 독차지했지만, 왕좌를 빼앗기 위한 다른 팀들의 도전도 거셌다.

약한 팀은 있어도 포기한 팀은 없었다. 이 기간 중에 청보 구단이 태평양에 팔렸다. 그러나 청보도 팔리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했고, 적어도 선수를 팔아먹지는 않았다.

이와 반대되는 때가 1999년이다. 이때는 8개 구단이 야구를 했다. 그러나 그 중 하나인 쌍방울은 주축 선수를 모두 팔아넘기고 빈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승률이 2할2푼4리였다.

리그 정규시즌 1위인 두산에 정확히 47경기차로 뒤졌다. 쌍방울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동정의 대상이었다. 쌍방울과 함께 하는 경기는 외면을 받았다.

다행히 1999년엔 이승엽(당시 삼성)이 홈런 퍼레이드를 펼쳐 야구팬의 시선을 잡아 두었다. 그리고 이 해의 포스트시즌은 매우 박진감 있는 승부로 연출되었다. 무엇보다도 쌍방울의 수명은 1999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쌍방울이 끼친 폐해는 최소화되었다.

히어로즈는 꽤 오래 버틸 것 같다. 히어로즈엔 아직도 꽤 많은 선수들이 있고, 이들을 하나하나 팔아서 연명한다면 여러 해를 지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면 히어로즈가 한국 프로야구에 남기는 상처가 과거 쌍방울보다 더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히어로즈를 온갖 부작용을 무릅쓰고 생존시킬 필요가 있을까. 일부러 구단을 없앨 수도, 없앨 이유도 없겠지만, 적어도 무리한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구단 운영을 해나가는 행태를 막을 필요가 있다.

히어로즈가 어서 정상화되어 외부 수혈 없이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못하다면…, 한국 프로야구는 차선책을 찾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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