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스페셜②]대입에 대처하는 연예인들의 자세

양승준 기자I 2008.11.13 09:08:40

연예인들이 수능을 안보는 이유

▲ 가수 보아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시대가 변해 달라진 대입 정책에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도 변하기 마련이다. 연예인 입시생들의 경우 대입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보지 않고 특기만으로 대입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수시 모집 전형이 몇 년 전부터 도입되면서 스타들의 입시 전략이 바뀌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수능? 수시 모집에 ‘올인’!

최근 몇 년간 연예인들의 대입 준비 백태를 살펴보면 정시보다는 수시 모집에 ‘올인’하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기’로만 선발하는 수시 모집 전형에 합격할 경우 수능을 보지 않아도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외 연극 영화 드라마 관련 분야에서 입상을 하거나 일정 횟수 이상 출연하면 수시 지원 자격을 얻고 가수의 경우 앨범을 발표한 경험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기도 하는 연극영화과나 실용음악과 수시 전형에 연예인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추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시 전형에 합격을 했다 하더라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정해놓고 일정 정수를 넘지 못하면 합격이 취소됐다. 하지만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이 최저 학력 기준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연예인들이 주로 입학을 하게 되는 연극영화과나 실용음악과 등 예체능 계열은 수시 전형에 있어 최저 학력 기준이 적용되는 학교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연예 활동으로 정상적인 학교 수업을 받지 못해 내신이나 수능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연예인들이 수시 모집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이로 인해 해가 지날수록 연예인들 중 수능을 보는 사람들이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올 수능에 응시하는 연예인도 2AM의 조권 정도만 손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수시 전형에 탈락한 연예인들이 대입을 위해 수능 시험을 꼭 보려고 하지 않는 점이다.

▲ 빅뱅의 지 드래곤, 다비치 강민경, 빅뱅의 대성, FT 아일랜드 이홍기(사진 왼쪽부터)




지난 2007년 소녀시대 멤버들 중 몇 명은 공개적으로 수능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올 해는 빅뱅의 지 드래곤과 대성, FT 아일랜드의 이홍기 오원빈 최종훈, 다비치의 강민경 등이 수시 합격 통보를 아직 받지 못했지만 수능 시험을 보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만약 11월 말 발표가 나는 수시에 떨어지게 되면 대입을 1년 미뤄야하는 데도 말이다.

최근 어린 연예인들을 사이에서 이런 입시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대입을 바라보는 젊은 연예인들의 시선이 달라진 점을 꼽을 수 있다.

1990년대만 해도 대학 입학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꼭 거쳐야 하는 통과 의례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대학 입학의 명분과 권위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한 대형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젊은 연예인들의 경우 대학을 못가거나 안가더라도 자신의 주 활동 무대인 연예계에서 최선을 다해 자리를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요즘 친구들은 예전처럼 어느 대학 혹은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에 목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빅뱅 멤버 대성과 승리처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고 떳떳하게 밝히는 지금 같은 시대에 수능 준비를 하면서까지 대학을 가야하는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아의 경우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인기도와 3개 국어 구사 등 외국어 실력을 감안할 때 특기자 전형으로 명문대 입학이 가능했음에도 불구, 대학이란 타이틀보다 자신의 음악 활동에 더 매진하겠다는 뜻을 대입 당시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렇다고 연예인들이 대입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남자 연예인들의 경우 군 입대 연기를 위해서라도 대학 입학을 포기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학에 적을 두면 졸업할 때까지는 입영이 연기되지만 대학에 입학하지 못할 경우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몇 년 안돼 입영 대상자가 되기 때문에 연예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대학을 가더라도 입시에 대한 부담이 없는 수시 전형에 연예인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수능 시험 준비를 하면서까지 대학에 갈 필요성은 못 느끼고 수시 전형으로 좀 더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길도 있기 때문에 한번 수시에 떨어지더라도 내년에 수시에 재도전하려는 ‘수시 재수 연예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 연예인 입시생들의 대학 지원 학과를 보면 자신의 전공과 밀접한 특정 학과로만 쏠리지 않고 있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과거와 달리 연예인들이 전공할 수 있는 학과가 세분화된 상태지만 연기자면 연극영화과, 가수면 실용음악과 같은 특정 학과 선호의 경계선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올해 수시 전형에 합격한 원더걸스 선예와 주는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지원했고, 소녀시대도 수영도 중앙대 연극영화학부에 지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들 모두 가수지만 연극영화과를 택한 것이다.

요즘 아이돌 그룹 등 젊은 가수들을 주축으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만능엔터테이너 시대가 도래한 연예계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수로 데뷔했지만 이들이 향후 연예 활동에 있어 연기를 하는 것을 비롯해 또 다른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소녀시대 윤아와 빅뱅의 탑처럼 그룹을 통해 가수 활동을 하지만 유닛 활동에서는 연기 등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이 늘고 있는 것이 현 연예계의 추세다. 

또 다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한 친구들일수록 멀티 활동에 대한 욕심이 많다”며 “대학 전공 선택 시에도 가수라고 해서 실용음악과만, 연기자라고 해서 연극영화과만 고집하는 추세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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