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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한국 일본과 함께 가을야구가 한창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조 매든 탬파베이 레이스 감독이 단연 화제다. 만년 꼴찌 팀이었던 탬파베이를 아메리칸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사상 첫 월드시리즈 무대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매든 감독은 단순히 야구만 잘해서 유명한 것이 아니다. 상식을 뛰어넘는 전략으로 심심찮게 화제에 오르고 있다. 만루 위기에서 상대 타자(조시 해밀턴)를 고의 사구로 거르는 파격까지 서슴지 않는다.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보스턴과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서도 매든 감독의 뚝심 야구를 엿볼 수 있었다.
탬파베이가 2-1로 앞선 7회초, 선발 맷 가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1사 후 볼넷과 안타를 허용하며 1,2루. 가자의 투구수는 100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매든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갔다. 모두들 투수교체를 예상했다. 그러나 매든 감독은 가자의 엉덩이만 두드려준 뒤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이날 경기서 최강의 집중력을 보여준 가자를 믿은 것이다. 결과는 대 성공. 가자는 마크 캇세이와 제이슨 베리택을 범타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매든 감독의 판단을 '옳다' 혹은 '그르다'라고 구분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매우 위험한 판단이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매든 감독의 이같은 뚝심과 믿음이 탬파베이를 강팀으로 변모시킨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21일 삼성과 플레이오프 5차전서 두번째 투수로 기용한 이재우를 밀어붙이는 용병술을 선보였다.
2점차로 추격당한 7회 2사 만루, 8회 2사 1,2루 등 절체 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9회 무사 1,2루가 된 뒤에야 투수를 임태훈으로 교체했다.
이재우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 8회 이닝 도중 만난 포수 채상병이 "직구 볼 끝에 힘이 떨어졌다"고 했지만 교체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이재우가 8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올 경우 다음 투수인 임태훈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 그리고 이재우가 위기 상황을 넘겨낼 수 있는 배짱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 더해진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이 경기를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결국 김 감독도 이재우도 모두 승자로 남게 됐다.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 초반 자신의 색깔과 다른 야구를 했다. 특히 투수 교체 타이밍이 매우 빨랐다. "5이닝을 던지는 선발이 없다"는 한탄은 투수들의 기량이 떨어진 점도 있지만 김 감독의 빠른 선택도 한 원인이 됐다.
그러나 플레이오프가 장기전 양상으로 펼쳐지며 김 감독은 다시 자신만의 야구로 돌아왔다.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게 만드는 우직한 경기 운영을 펼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매든 감독이 김 감독의 회귀(回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탬파베이의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을 지켜본 뒤 7회 상황에 대해 달뜬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교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가는 걸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결국 멋진 결말로 이어져 감동을 주더라. 노(老) 감독님께 또 한수 배웠다."
그날은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리는 날이었으며 이후 김 감독은 조금씩 자신만의 야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매든 감독과 김 감독의 가을야구는 아직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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