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석]롯데가 강팀이되길 바라며(하)

고남욱 기자I 2007.07.06 11:48:45
[이데일리 SPN 고남욱 명예기자] "일부 팬들이 그럽니다. 롯데 팬들은 너무 극성 맞은 것 아니냐고, 냄비 팬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구장에서 SK와 게임을 보면 이 팀이 정말 1위 팀인가 싶습니다. 점수 차이가 나도, 집중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박경완(35)을 비롯한 고참급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야. 이거 너무 열심히 하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롯데 선수들은 안타깝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가족들(팬들)이 구장에 본인들 게임 보러 왔는데 야구를 그리 하면, 우리보고 어쩌란 말입니까."(롯데 팬 이현우씨) 
 



 
 
 
 
 
 
 
 
 
 
 
 
 
 
 
 
▲냉정과 열정사이.
6월 29일, 사직구장. 팬들이 게임을 보면서 낙담하는 기운이 드리울 무렵, 심상치 않은 플래카드가 걸렸다. 선수들이나 구단 관계자들 모두 놀랐던 것은 당연한 일. 현재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보안업체 직원들이 달려오고, 팬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사직에서 흡연하는 이들이 우스갯소리로 절대 88담배를 안 핀다고 할 정도로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가을 야구에 대한 열망이 상상을 초월한다. 월드컵 4강도 중요하지만, 롯데의 4강에 목숨을 건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롯데 팬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사직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게임이 열리는 날이면, 구장 옆에 있는 할인마트는 평소보다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이들도 롯데 자이언츠가 강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참 아쉽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현우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팀이 항상 강팀이 아니니까, 응원이라도 해서, 다른 팀의 기를 꺾어 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단 한 번도 아버지 손잡고, 동원이 형님(49, 최동원 한화 2군 감독)의 투구를 보면서, 절대 롯데 자이언츠를 배신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당시 제가 8살 때였습니다. 어린 아이가 무얼 알겠습니까."

"물론 현재 강병철 감독님 오셔서, 많이 노력하신다고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 예전처럼 바로 입단해서 통하지 않는 프로야구에서 정말 막내 동생 보다도 어린 친구들이 운동해서 저렇게 하는 것 보면 대견하기까지 합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지도 모릅니다. 그간 너무 못해서, 올라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한숨). 나이 드셔서 고민 하시다가 롯데 자이언츠 감독 맡으신 걸로 아는데, 팬들의 한을 다 들어 주시는 것도 답답하시겠죠."

"2006년 5월에 원정 연패할 때, 감독님께서 직접 차에서 내리셔서 고개 숙여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할 때, 저도 울었습니다. 왜 우리는 맨 날 이래야 하는 겁니까. 웃으면서 야구를 볼 수는 없는 건지, 하루 하루가 너무 힘드네요. 야구를 안보면, 스트레스를 안 받겠지만, 그게 쉬웠다면 이렇게 지내고 있지 않겠지요."



 
 
 
 
 
 
 
 
 
 
 
 
 
 
 
 
 
▲기도
지난 달 30일, 롯데 팬들의 정성이라고 해야 할까. 게임 시작 전부터 응원하는 한 켠에서 사람들이 부지런히, 가지런하게 마련된 상으로 음식을 나르고 있다. 이날 경기는  'Again1984'를 기리는 올드 유니폼 행사와 맞물린 홈 3연전 중 두 번째 게임이었다. 전날 4연패를 당하면서, 팬들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수근이 홈런을 치면 게임은 진다는 방정식이 맞아 들어가, 최근 분발하는 정수근에게 스윙을 줄이라고 외치는 팬들도 눈에 들어왔다. 

"롯데 자이언츠는 홈 승률이 2007년 유난히 안 좋습니다 팬들이 많아서 부담되는 거 아니냐 라는 얘기를 술 마시면서도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그럴 때 일수록 그런 징크스가 정말 있다면 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응원하면 우리 팀 선수들도 너무 긴장 한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큰 게임을 많이 안 치러봤고, 어린 선수들이 많고, 그러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면, 1984년 동원 행님 때, 기억이 많이 나시는 분들에게는 참 복장터지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동원아 우짜노’라는 이야기 나왔을 때, 우리도 걱정했습니다. 최동원 행님이 나와서 또 던질 때, 저희 아버지가 우셨습니다. 선수들에게 최동원 행님(감독님이 아니라, 형님이라는 표현을 계속 썼다.)처럼 쓰러져도 그라운드에 있을 만큼 견디라는 요구 안합니다. 그런데 참 그 때 인상이 너무 깊었던지, 쉽지가 않네요. 1992년 염종석 선수가 이제 노장이라는 것도 참 씁쓸하고 말입니다."

2007년 5할 승률에서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을 때도 불안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사 상을 차려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다시 야구를 보고 있다는 것은 롯데 팬들에게 참 안타깝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일주일간 믿었던 선발진들이 모두 패배를 기록했다. 그나마 장원준(22)이 5이닝을 조금 넘겨줬을 뿐, 에이스 손민한(32)을 비롯한 최향남(36), 염종석(34) 모두 2이닝 정도에 그치는 피칭을 했다.

개막을 앞두고, 현대 유니콘스와의 게임에서 3연승을 달렸을 당시, 막강 선발진이라고 자부했었다. 그러나 이승화가 이탈했고, 호세는 한국에 없다. 주형광은 1군과 2군을 오가는 안타까운 투수로, 입단 당시 주목받던 김사율(27), 강민영(26)은 2군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물론 롯데 자이언츠에 아쉬운 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 이원석(21)의 기량이 눈에 띌 정도로 날로 늘어나고 있고, 예전과 달리 한 포지션에 여러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기량을 점검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어찌 보면 이제 롯데 팬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로또 복권을 손에 쥐고 절실히 바라는 심정이기도 하다.

그런 롯데 팬들이 차려준 고사의 효험 때문일까. 아니면 롯데의 토요일 승률의 지속세 덕분일까. 일부 팬들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하던 이인구(27)가 모처럼 팀이 기대하는 자신의 역할을 해 주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 롯데가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많은 팬들이 현재 감독 경질이라던지, 코칭 스태프를 갈아엎는 초강수는 팀에 자극이 아니라,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다가올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다.
 
‘강팀’이라는 의미는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냈고, 상대팀이 바라봤을 때, '어렵겠다, 까다롭겠다'라고 판단이 된다면, 써도 충분한 단어다. 정말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에 야구를 할 수 있을까. ‘강팀 롯데가 되기를’이라고 한 사찰에 붙여진 소원들이 줄줄이 이루어지기를 많은 사직의 갈매기들이 바라고 있다.

<사진-8개 구단 야구 팬클럽 사이트 inning.co.kr, 장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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