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내내 흔들린 후방 빌드업...벤투 감독, 전술적 유연함 아쉽다

이석무 기자I 2020.11.15 09:40:37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멕시코와의 A매치에서 실점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가장 강조한 부분은 빌드업이다.

‘빌드업’(Build-up)은 단어 자체로만 놓고 보면 뭔가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것을 말한다. 축구에선 후방에서부터 정교한 패스로 차근차근 전진해 공격 찬스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수비수는 수비만, 공격수는 공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패스 플레이를 통해 팀 전체가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 수적 우위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15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비너 노이슈타트 슈타디온에서 치러진 멕시코와 평가전에선 적어도 그같은 목표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진영에서 상대 압박을 뚫지 못하고 공을 빼앗기 위기를 자초했다.

후반전 불과 4분 동안 3골을 내줬는데 그 중 2골은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가 차단된 뒤 역습을 허용해 허무하게 내준 것이었다. 실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패스 미스로 골과 다름없는 위기에 몰린 것도 여러 차례 됐다.

물론 이날 경기는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기 전 권창훈(프라이부르크), 이동준(부산), 조현우(울산), 황인범(루빈 카잔), 김문환(부산)과 나상호(성남) 등 무려 6명의 선수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전에는 중국리그에서 활약하는 대표팀 핵심 수비수 김민재(베이징궈안)와 박지수(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소속팀 차출 거부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벤투 감독은 대신 권경원(상주)-정우영(알사드)-원두재(울산)로 스리백을 구성하고 이주용(전북)-김태환(울산)을 좌우 윙백으로 배치했다. 평소 4-2-3-1 포메이션을 주전술로 사용하는 벤투 감독 입장에서 3-4-3은 일종의 ‘플랜B’였다.

문제는 이들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워낙 오랜만에 치르는 A매치인데다 그전에는 전혀 손발을 맞춰보지 못한 수비 라인이다보니 실수가 속출했다. 전반전은 골키퍼 구성윤의 선방과 수비진의 육탄방어로 무실점을 지켰지만 체력이 떨어진 후반전에는 무더기 골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벤투 감독의 선택도 아쉬움이 남는다. 빌드업 전술이 상대 압박에 막힐 경우 대안을 찾았어야 했는데 경기 종료까지 똑같은 흐름을 반복했다. 1-3으로 뒤진 후반 막판 1골을 만회했지만 그것은 세트피스에서 나온 득점이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대표팀은 박수를 받아도 충분하다. 다만 상대 대응에 고전하는 상황에서 이를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전술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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