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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소설로 시작된 '해리포터'의 성공은 출판시장을 넘어서 국내 콘텐츠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우리에게도 해리포터에 버금갈 콘텐츠가 있었지만 표절 논란과 모호한 저작권 개념, 작가의 창의성을 무시한 하향식 제작 방식 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반짝’ 히트 콘텐츠는 있으나 '해리포터'처럼 소설로 시작해 영화, 뮤지컬, 게임 등 다른 분야로 확장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따라하기’ 그만
‘로보트 태권브이’는 표절 논란으로 인기가 사그러들었다. 일본의 로봇 캐릭터인 ‘마징가 제트’를 따라한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면서다. 우리가 처음 만든 로봇 캐릭터로 2006년 당시 산업자원장관로부터 등록증도 받았으며 이를 이용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사업 등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과물이 신통찮다. 영화 ‘곡성’을 만든 나홍진 감독이 수백억을 들여 실사판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윤곽이 잡히지 않는다. 캐릭터의 독창성이 콘텐츠 확장의 바탕이 되야 하는데 표절의 덫에 걸려있는 이상 애로사항이 많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현재 한 금융사의 광고 모델로 출연해 ‘쏴쏴’라는 대사만 되풀이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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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개념’ 챙깁시다
‘아기공룡 둘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독창적인 만화 콘텐츠다. 출연하는 캐릭터가 다양하고 다양한 연령대에 어필할 수 있어 확장성이 크다. 하지만 지자체 등에서 마구잡이로 가져다 쓰는 등 저작권을 무시해 피해를 입었다. 부천시와 서울 도봉구가 캐릭터 둘리의 가상 주민등록을 놓고 벌인 기싸움이 대표적인 난센스다. 만화육성사업에 주력하던 부천시가 2003년 둘리를 명예시민으로 선정하고 ‘둘리의 거리’까지 조성했다. 도봉구는 2011년 둘리와 다른 주인공들을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했다. 졸지에 이중 호적자가 됐다. 더불어 부천시는 2000년 송내역 인근에 ‘둘리의 거리’를 조성했으나 사후관리가 부족해 2010년 결국 도로명을 바꿨다.
△“이런 거 한번 만들어봐”
2010년 만든 애니메이션 ‘김치 전사’는 하향식 제작 방식이 낳은 괴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김치 홍보를 위한 2D 애니메이션을 발주해 정식 입찰 과정을 거쳐 약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질병마왕이 도심에 퍼뜨린 신종플루와 광우병 등의 질병을 김치 전사가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뽀빠이 캐릭터가 시금치 소비를 늘렸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결과물의 평가가 처참하다. 작품의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등장하는 캐릭터의 고증 오류도 속출했다. ‘김치 전사’는 애초 저예산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었으나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덩치를 키웠는데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났다. 결국 김치를 소재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든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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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는 어땠나
‘해리포터’는 달랐다. 영국은 문화산업을 개인의 지적재산으로 강력하게 보호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치와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경제 발전을 견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콘텐츠 산업의 보호막은 지적재산권이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 브리튼 전략’을 수립했다. 시장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문화 상품 저작권과 특허권 등의 무단도용 및 불법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통신법 및 형사처벌의 근거를 마련했다. 300년 만에 저작권법을 개정해 콘텐츠의 재구성 및 재상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관례를 원천 봉쇄했다. 작가의 독창성도 존중한다. ‘해리포터’는 연극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출신의 흑인 배우를 헤르미온느로 캐스팅해 왈가왈부가 있었다. 원작 저자인 JK 롤링은 “헤르미온느를 백인으로 묘사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환영의사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