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의 성과③]김혜수·조진웅·이제훈의 재발견

김윤지 기자I 2016.03.11 06:59:00
사진=tvN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촘촘한 대본, 세련된 연출, 자연스러운 연기. 웰메이드 드라마의 조건이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미니시리즈 ‘시그널’(연출 김원석·극본 김은희)은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드라마다. 그 가운데 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시그널’에는 한류스타도, 단독 주연도 없다. 주인공 수현(김혜수 분), 재한(조진웅 분), 해영(이제훈 분)이 맞물려 극을 끌고 간다. 회마다 주된 인물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세 캐릭터의 비중이 균등하다. 과거에서 재한이, 현재에서 수현이 사건 해결에 힘쓴다. 해영은 모든 사건에 연결돼 있다. 저마다 역할에 충실하며 조화를 이룬다. 최근 tvN ‘치즈인더트랩’이 주인공의 분량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것과 비교된다.

덕분에 배우 개개인의 기량도 빛을 발하고 있다. 사실상 김혜수는 1인2역이다. 과거 수현은 서툰 사회초년생이다. 형기대 최초 여자 순경으로 때론 들러리 취급을 당한다. 무뚝뚝한 선배 재한은 “여자짓 하면서 민폐 끼치면 뒤진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을 돌봐주는 재한을 좋아하면서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구급차 고백신에서의 오열은 그의 순수함을 표현한다. 팀 내 ‘쩜오’로 불리던 수현은 어느덧 베테랑 형사가 된다. “예쁘게 뜨던” 눈은 날카로운 눈빛을 품고, 수줍음 많던 얼굴은 표정을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가 됐다. 김혜수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15년의 세월을 마음껏 뛰어넘어도 어색함이 전혀 없다.

조진웅은 ‘시그널’의 최대 수혜자다. 그가 연기하는 재한은 겉으론 까칠하지만 속내는 따뜻한 인물이다. 첫사랑 원경(이시아 분)을, 실수투성이 후배 수현을, 어린 해영을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며 지켜주는 배려심 깊은 남자다. 비리경찰이란 누명을 쓰지만, 이는 그가 포기를 모르는 정의로운 경찰이기 때문에 당한 불운이었다. 재한은 조진웅을 만나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185cm의 큰 키와 듬직한 체구는 투박한 형사 캐릭터에 최적화된 조건이다. 섬세한 눈빛과 목소리 연기는 재한이란 인물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담아낸다. 드물게 등장하는 코믹신에선 능청스럽다. 수현은 재한을 15년 동안 잊지 못한다. 조진웅이기에 개연성이 부여됐다.

이제훈은 초반 연기력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상대적으로 감정 변화의 폭이 크고 대사가 유난히 많았던 이유다. 극이 전개되면서 논란도 사그라졌다. 해영의 안타까운 사연이 조금씩 공개되면서 부터다. 고교시절 방황하던 해영이 형에 대한 진실을 알고 폭주하는 장면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또한 해영과 수현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관계가 되면서 해영과 수현의 ‘케미’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됐다. 로맨스가 아닌 동료애이지만, 서로를 걱정하고 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후반부에 이르며 애틋함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훌륭한 연기 합을 보여주는 세 사람이다. 2회 남은 종영을 시청자들이 아쉬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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