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수석 코치엔 2가지 부류가 있다

백호 기자I 2009.10.29 09:26:54
▲ 김종모 전 KIA 수석코치(왼쪽), 조범현 감독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KIA가 김종모 수석코치를 내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몇몇 팬들을 의아하게 했을 것이다. 팀 우승으로 조범현 감독이 박수를 받는다면, 1군 코치 가운데 최고위인 김종모 코치도 역시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여기기 쉽기 때문이다. 왜 KIA는 우승에 일조한 김 코치를 해임했을까?

김 코치가 일자리를 잃은 것은, 역설적으로 KIA가 올해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KIA가 올해 형편없는 성적을 거뒀다면 김 코치는 잘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그는 조범현 감독의 뒤를 잇는 감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김종모 코치는 처음부터 조 감독과는 공동운명체가 아니었다.

우리 눈에는 똑 같은 ‘수석코치’이지만, 사실 그 수석코치에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감독의 최측근이자 오른팔인 수석코치가 있다. 주로 거물급 감독이 구단에 요구해 수석코치로 영입한다.

선동렬 삼성 감독의 한대화 수석코치(현 한화 감독),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의 유지훤 수석코치, 김재박 전 LG 감독의 정진호 수석코치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이 코치들은 감독과 운명을 함께 한다. 김인식, 김재박 감독이 구단을 떠나면서 유지훤, 정진호 코치도 짐을 싸야 했다.

다른 하나는 감독의 의사와 무관하게 구단에서 세운 수석코치가 있다. 주로 감독 경력이 짧거나 해서 구단에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든 감독 밑에 이런 수석코치가 앉혀진다. 수석코치는 열심히 일하겠지만 아무래도 감독의 입에 딱 맞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런 수석코치는 잠재적으로 감독에게 위협이 되기도 한다. 감독이 잘릴 경우, 수석코치가 그 뒤를 잇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KIA에 이런 경우가 많았다. 김성한 감독이 해임되자 유남호 수석코치가 그 뒤를 이었다. 유남호 코치가 자리를 잃자 서정환 수석코치가 그 자리에 앉았다.

김종모 수석코치가 바로 이런 경우, 즉 ‘구단에서 세운’ 수석코치였다. 김 코치는 1959년생으로 조범현 감독보다 한 살이 많다. 둘은 같은 팀에서 선수생활을 한 일도 없다.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김 코치가 조 감독의 ‘심복’이 될 수는 없는 경우였다. 김 코치는 열심히 일해 팀 우승에 일조했지만, 조 감독은 다른 어느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제 자기와 손발이 맞는 수석코치를 쓰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수석코치는 갈리는 것이다.

김 코치의 해임은 조 감독의 친정체제 구축과 맞물린다. 조 감독은 KIA에서 뛴 적이 없다. 2년짜리 계약을 한 위태로운 위치의 감독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고, 새로이 2기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구단 내에서 그의 발언권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해졌다. 이제 그는 적어도 코칭스태프 인선에 있어서는 김재박, 김인식, 선동렬 감독 등과 견줄만한 권한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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