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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규 발매 디쉬크림슨 "힙합밴드계 선구자 되고파" [인터뷰]

김현식 기자I 2020.10.03 10: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힙합밴드계의 선구자 같은 팀이 되고 싶어요.” 최근 첫 번째 정규앨범 ‘어나니머스 트레블러’(Anonymous Traveler) 발표를 기념해 이데일리와 만난 디쉬크림슨(DISH CRIMSON) 멤버들의 말이다.

디쉬크림슨은 국내 음악 시장에서 보기 드문 힙합밴드라는 점에서 이목을 끄는 팀이다. 래퍼 씨클(C.Cle, 본명 김용일), 드러머 김인중, 기타리스트 이상훈, 베이시스트 정다연, DJ 브레익손(DJ Breakson, 본명 이효창) 등 5명의 멤버로 구성된 이들은 2018년 7월 싱글 ‘선셋’(SUNSET)으로 데뷔한 뒤 G-펑크, 블루스, 개러지 록 등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색깔의 곡들을 선보여왔다. 첫 정규앨범인 ‘어나니머스 트레블러’에는 그간 발표한 곡들과 신곡들을 포함해 총 9곡이 실렸다.

왼쪽부터 이상훈, 김인중, 씨클, 정다연, DJ브레익손
“첫 정규앨범인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앨범명이 ‘익명의 여행자’라는 뜻의 ‘어나니머스 트레블러’인데 곡마다 스타일과 콘셉트가 다른 만큼 그에 걸맞게 앨범을 들었을 때 여행을 떠나 다양한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정다연)

“해외에는 루츠나 림프비즈킷 같은 팀이 있지만 국내에선 저희와 같은 힙합밴드를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잖아요. 그렇기에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팀의 방향성과 어떤 음악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찾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도 그런 고민의 과정에 있고요. 첫 정규앨범이 어느 정도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인중)

이제 막 첫 정규앨범을 낸 팀이지만 알고보면 음악적 내공이 남다른 팀이다. 다섯 멤버 모두 디쉬크림슨이 음악 인생의 출발점이 아니라서다. 김인중은 밴드 갈릭스로, 정다연은 밴드 로즈마리와 그룹 라꼼마로도 활동을 펼친 바 있고 DJ 브레익손은 DJ와 비보이로 각종 무대에서 활약했다. 씨클은 솔로 래퍼로 활동했으며, 이상훈 역시 다양한 팀을 거치면서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이들은 2017년에 열린 씨클의 공연에서 합을 맞춘 것을 계기로 뜻을 모아 디쉬크림슨이란 한 배를 타게 됐다.

“혼자서 활동하며 앨범까지 냈지만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음악을 관둘까란 고민까지 했었죠. 그때 ‘마지막으로 공연은 한번 해보고 관두자’는 생각으로 멤버들과 함께한 공연이 음악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어요. 처음으로 밴드와 합을 맞췄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무조건 밴드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멤버들을 설득했었죠.” (씨클)

“저도 음악을 관두려고 했을 때쯤이었어요. 이전 회사와 계약이 끝난 상태이기도 했고요. 그때 마침 친한 엔지니어 친구가 ‘너와 컬래버레이션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친구가 있다’면서 씨클이를 소개해줬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김인중)

“전 DJ이다 보니 이전까지 팀으로 활동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전까지는 래퍼 뒤에서 디제잉을 하다가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음악을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디쉬크림슨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DJ브레익손)

“전 이전까지 항상 여자분들 하고만 음악을 했어요. 여대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걸밴드와 3인조 여성 그룹 멤버로 활동했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평소 알고 지내던 씨클 오빠에게 디쉬크림슨의 베이스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색다른 도전을 해보게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고, 치마보다는 바지 입는 걸 좋아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기회를 잡았죠. (미소).” (정다연)

“시클이에게 제안을 받았을 때 멤버들 모두 뒤통수 치지 않을 만한 좋은 사람들 같아 보여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일동 웃음). 원래 개인적으로 드럼 치는 인중이 형과는 엄청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었어요. 2000년대 중반쯤 한달 동안 합숙하면서 같이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디쉬크림슨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됐죠.” (이상훈)

비교 대상이 없는 유니크한 팀이란 점에서 멤버들은 디쉬크림슨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남다른 듯 보였다. 첫 정규앨범인 ‘어나니머스 트레블러’를 통해 팀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다섯 멤버는 “디쉬크림슨을 메인스트림에 진출하는 첫 힙합밴드로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애매한 팀이 아니라서 좋아요. DJ까지 포함된 힙합밴드는 정말 찾기가 어렵잖아요. 앞으로 디쉬크림슨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DJ브레익손)

“멤버들이 보기와는 다르게 다 너무 순해요. 겉보기엔 다들 센 캐릭터 같아 보이지만 앨범 수록곡 중 욕설이 들어가서 ‘19금’ 딱지 붙은 곡도 없죠. 인성까지 갖춘 비주얼 밴드랄까. (미소). 밴드가 오래 지속되려면 의견조율이 잘 되어야 하는데 다섯 명 모두 순하고 배려심이 넘쳐서 소통이 잘 돼고, 덕분에 재미있게 즐기면서 팀 활동을 하고 있어요.” (김인중)

첫 정규앨범을 낸만큼 왕성하게 활동을 펼쳐야할 시기이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멤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버텨낼 것”이라면서 의지를 다졌다.

“시도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버텨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사회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지만 음악하는 사람마저 다운되어 있으면 안 되다고 생각해요. 음악으로 많은 분들을 위로해주자는 사명감을 가지고 꾸준히 작업을 해나가려고 해요.” (씨클)

“디쉬크림슨의 진짜 매력은 공연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하루빨리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나아져서 다양한 록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싶고, 현장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진짜 재미있게 음악을 해나가고 싶어요. 그때까지 유튜브와 SNS를 통해 열심히 디쉬크림슨을 홍보할 테니 저희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봐주세요.” (정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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