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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고준 "건달 보단 로맨스…순정마초 스타일"(인터뷰)

김윤지 기자I 2019.05.01 07:00:03
고준(사진=BS컴퍼니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드라마 같은 로맨스도 해보고 싶다. 실제로는 ‘순정 마초’ 스타일이다.”

사람 좋은 미소였다. 화면에서 힘을 줬던 두 눈은 초승달이 됐다. 보는 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웃음이었다. 지난달 20일 종영한 SBS 금토 미니시리즈 ‘열혈사제’(극본 박재범·연출 이명우)의 ‘황 사장’ 고준(41)이었다.

‘열혈사제’는 특수요원 출신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를 중심으로 악인 소탕을 담은 액션물. 배우들의 열연과 시원한 전개에 힘입어 22.0%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고준은 극중 카르텔 세력의 앞잡이 황철범 역을 맡았다. 185cm라는 큰 키에 그을린 피부 등 남성적인 외양과 능수능란한 전라도 사투리가 합쳐져 위압적인 건달이 완성됐다. 후반부에는 김 신부와 손을 잡는 반전으로 흥미를 자극했다.

유난히 악역과 인연이 깊은 그였다. 영화 ‘청년경찰’(2017), JTBC ‘미스티’(2018) 등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 모두 악역이었다. 익숙한 역할에서 탈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지만 “황철범 캐릭터를 끝까지 사랑해주겠다”는 이명우 PD의 약속에 출연을 결정했다.

“황철범의 변화는 처음부터 정해진 건 아니었다. 처음엔 절대 악 같은 존재로 그려졌다. 다양하게 열려 있었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 이질감 있는 전개도 아니었다. 바람이 있다면 단순한 악역이 아니길 바랐다. 황철범은 그저 살고 싶었던 거다.”

고준(사진=BS컴퍼니 제공)
귀여운 넋두리에선 캐릭터에 대한 진한 애정 느껴졌다. 덕분에 캐릭터도 큰 사랑을 받았다. 취재진과 인터뷰가 진행된 카페에서 즉석 팬미팅이 이뤄지기도 했다. 인기가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더티섹시’, ‘어른섹시’ 등의 수식어도 따라 붙었다. 두 별명의 차이가 무엇인지 취재진에게 진지하게 물어본 그는 “악역임에도 좋게 봐주셔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면서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게 기분 좋은 일이더라”고 웃었다.

고준은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로 데뷔한 19년차 베테랑. ‘열혈사제’ 황철범도 하루아침에 완성된 캐릭터가 아니었다. 경상도·충청도 출신 부모님 아래서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다. 극중 사투리는 오랜 기간 노력의 결과였다. 영화 ‘타짜-신의 손’(2014) 출연 당시 전라도 사투리를 처음 익혔다. 촬영 전 지인을 통해 “그쪽 세상 분”을 소개 받았다. 직접 전라도를 찾아 한 집에서 두 세달을 함께 동거 동락했다. 역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해야 했던 영화 ‘변산’(2018)도 비슷한 작업을 거쳤다. 그렇게 체득한 전라도 사투리와 어깨너머로 익힌 ‘건달 디테일’이 이번 ‘열혈사제’에서 빛을 발한 셈이었다.

“그동안 워커홀릭이었다. 이제 연애도 하고 싶다. 감정이 서서히 무르익어 가는 편인데 표현도 서툴러서 자꾸 차이는 게 아닐까 싶다.”

지난해 ‘미스티’에 이어 올해 ‘열혈사제’로 연이어 안방극장 홈런을 날린 그의 다음 희망사항은 영화였다. 서울예대 영화과 출신인 그는 먼 훗날 연출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수줍게 덧붙였다.

“(연기도, 연출도 다 잡은)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되고 싶다. 이스트우드의 작품을 보면 항상 숙연해진다. 연기를 자잘한 잡기나 기술로 접근할 게 아니란 생각이 들게 한다. 요즘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즐겨보고 있다.”



고준(사진=BS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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