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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올해의 드라마
‘비밀의 숲’(극본 이수연, 연출 안길호)은 검사 스폰서 살인 사건을 쫓는 검사와 형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수사물이란 익숙한 틀에 신선한 구성이 돋보였다. 16부작을 하나의 사건 해결로 끌고가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긴장감을 조성했다. 입봉이라 믿기 힘든 이수연 작가의 치밀한 대본 덕분이었다.
조승우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황시목 역을 맡아 전무후무한 히로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안티 히어로 이창준(유재명 분)도 마찬가지다. “사회 해체의 단계”라며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는 이창준의 유서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부암동 복수자들’, 올해의 배우들
‘부암동 복수자들’(극본 김이지, 연출 권석장 김상호)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저마다 이유로 복수에 나선 이들의 유대를 담았다. 누군가의 딸, 아내, 어머니로 살았던 주인공들이 진정한 의미의 가족을 만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스타 캐스팅이나 물량공세, 자극적인 소재 없이도 잘 만든 드라마는 통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줬다.
30~40대 여배우의 저력이 돋보였다. 이요원, 라미란, 명세빈 등 베테랑 배우들이 드라마를 이끌었다. 각 캐릭터가 지닌 안타까운 사연부터 그들이 만들어 가는 따뜻한 우정까지, 시청자를 웃기고 울렸다. 이수겸 역을 맡은 이준영은 이 드라마가 남긴 성과다. 그룹 유키스 준이 아닌 신인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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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 정보훈, 연출 신원호)은 슈퍼스타 야구선수가 갑자기 재소자가 되면서 교도소에서 겪는 일들을 담는다. ‘응답’ 시리즈의 신원호 PD의 차기작으로 기획 단계서 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응답’ 시리즈처럼 촘촘하게 쌓아올린 디테일과 신인 혹은 중고신인을 통한 신선함 등 신 PD의 강점이 돋보인다.
특히 스쳐 지나갈 법한 조연들까지 풍성하게 묘사된다. 소지(김한종 분)는 “배~식”이란 대사만으로 그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누구 하나 평면적인 캐릭터에 그치지 않는다. 매회 한 인물씩 조명하며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풀어낸다. ‘약쟁이 해롱이’ 한양이 실은 서울대 약대 출신 엘리트이며 동성애자라는 반전은 재미와 깊이를 더한다. 각 인물을 씨실과 날실로 삼아 흥미롭게 이야기를 짜낼 때 보는 이가 느끼는 몰입의 즐거움은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