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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스톤 "심장마비 같았던 금융위기 담고 싶었다"(인터뷰①)

김용운 기자I 2010.10.21 09:01:29

- 15회 PIFF 갈라 초청작 `월 스트리스:머니 네버 슬립스`로 방한
- 한국인 아내도 동행 "니콜라스 케이지 부인 예뻐"

▲ 올리버 스톤 감독(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할리우드 거장 감독, 올리버 스톤이 2006년 `월드 트레이드 센터` 이후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그의 신작인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이하 머니 네버 슬립스)가 지난 15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되면서 한국을 다시 찾게 된 것.

올리버 스톤 감독의 신작 `머니 네버 슬립스`는 지난 1987년 작 `월 스트리트`의 속편으로 당시 편법과 탈법으로 막대한 부를 소유하게 된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 분)가 그로 인해 교도소에 갔다가 8년간 복역 뒤 2000년에 출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출소한 고든 게코는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의 부실을 지적하며 월 스트리트에 금융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결국 미국은 2008년 고든 게코의 말대로 거대 투자은행이 무너지며 세계를 경제위기 상황으로 내몬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러한 미국의 금융위기의 본질과 배후를 고든 게코와 월 스트리트의 양심적인 펀드매니저 제이콥 등 6명의 인물을 축으로 풀어놓는다.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당일 만난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인간의 탐욕과 배반 그리고 신뢰를 이 영화를 통해 그리고 싶었다며 특유의 열변을 토했다.

-영화가 세계금융위기를 다루는 경제학 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 내 영화가 교과서처럼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길 빈다. 교과서처럼 딱딱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다. `머니 네버 슬립스`는 재미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사실 경제학 교과서라기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월 가에 있던 6명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긴 하지만 교과서는 아니다. 오히려 사람 사이의 관계와 신뢰에 대한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 금융위기의 본질은 은행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이다. 미시적인 측면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깨어질 때, 돈 때문에 신뢰가 깨질 때 어떻게 되는지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

-할리우드에서 23년 만에 속편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 사실 후속편은 7년 안에 만드는 게 정상적이다. 그 작품을 기억하는 세대가 그대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월 스트리트`의 속편을 23년 후에 만든 이유는 80년대 월 스트리트의 상황이 현 시대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80년대 거품이 있을 때처럼 금융시장이 계속 그런 식으로 존재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는 심장마비와도 같은 대사건이었다. 그것을 좀 더 스케일 크게 담고 싶었다.
▲ 올리버 스톤 감독(사진=김정욱 기자)

- 영화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 금융시스템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게다가 파생상품이나 간접투자 등 여러 금융공학적인 내용을 관객들에게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를 쉽게 관객들이 이해하도록 다가가는 게 관건이었다. 기본적으로 연방준비위원회 등이 금융기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영화를 보면 자본주의의 탐욕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 월 가에서 주식 중계인으로 오랫동안 일을 하셨던 아버지께서 '자본주의가 모든 악 가운데 최고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자본주의는 일종의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을 통해 인간의 생활을 가능케 하는. 하지만 현재의 자본주의는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는 이끌지 못하고 있다. 결국 조율이 필요해졌고 더 나은 자본주의 시장을 위해선 통제도, 절제도 필요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돈으로 돈을 버는 시스템은 옳지 않다.  

-`JFK`나 `닉슨`, `월드 트레이드 센터`처럼 실존 인물 혹은 실제 사건을 자주 영화화하는데, 이 경우 어떤 자세로 접근하나.

▲ 케이스별로 다르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사고 당시 12명의 생존자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닉슨`은 닉슨 대통령의 실체가 궁금해서 덤벼들었던 경우다. 닉슨의 지인들을 통해 들어보면 그는 주위 사람들의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지만, 정작 결과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 블랙홀 같은 인물이었다. 반면 `W`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닉슨과 정반대로, 매우 2차원적인 사람이었다. 역시 그래서 흥미로웠다.

-할리우드에는 니콜라스 케이지, 웨슬리 스나입스, 우디 앨런 등 한국인 아내를 둔 스타들이 많은데 감독의 부인도 한국인이다. 한국인 아내가 각광받는 비결이라도 있나?

▲니콜라스의 부인은 매우, 무척 예쁘다. 또한 일찍 일어나는 새처럼 정말 부지런하고 근면한 게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아내와 비슷한 또래의 옛날 한국 여성들이 좋다. (웃음) 거기까지만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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