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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한국인 선수로는 통산 6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 도전장을 던진 조원희(위건 애슬레틱)의 데뷔가 임박해짐에 따라 활약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계약기간 2년 6개월에 연봉 100만 파운드(22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입단한 조원희는 일찌감치 등번호 5번을 부여받은데 이어 워크 퍼밋(노동허가서) 발급도 마쳐 출격 준비를 모두 끝낸 상태다.
관련해 현지에서는 “빠르면 12일 입단식 직후 열리는 선덜랜드와의 29라운드 경기(14일/현지시각)를 통해 데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돌발 변수만 없다면 조원희가 EPL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주말께 TV를 통해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위건 애슬레틱은 1932년 창단한 클럽으로 EPL 클럽들 중에서는 ‘젊은 팀’으로 분류된다. 맨체스터의 위성도시 위건에 연고를 두고 있으며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 줄곧 2~3부리그를 맴돌다 2005-06시즌 73년 만에 감격적인 1부 승격을 이뤄냈다. 데뷔 시즌 10위를 기록하며 ‘작은 돌풍’을 일으켜 주목받기도 했으나 이후 두 시즌 간 17위와 14위에 그쳐 간신히 강등권을 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올 시즌 또한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지난 시즌부터 ‘백전노장’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사령탑에 올라 팀을 이끌고 있는데,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28라운드 현재 9승8무11패(승점35점)를 기록하며 9위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지만 14위 헐시티(32점)와의 간격이 승점3점 차에 그쳐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조원희가 브루스 감독의 부름을 받아 프리미어리거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 또한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치열해진 중하위권 순위 다툼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두 시즌간 위건 중원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온두라스 출신의 MF 윌손 팔라시오스가 겨울 이적시장 기간 중 토트넘으로 건너간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매 경기 바지런하면서도 효율적인 플레이를 선보여 ‘제2의 에시앙’으로 불리던 팔라시오스의 공백은 최근 위건이 8경기 연속 무승(4무4패)에 그치며 슬럼프를 겪는 배경이 됐다. 같은 맥락에서 조원희가 팔라시오스의 대타로 낙점 받은 건 90분 내내 쉴 새 없이 중원을 누비는 강한 체력과 상대와의 거친 몸싸움을 마다않는 적극성, 수준급 압박 능력 등 두 선수 사이의 공통점을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전임자와 비슷한 특성을 갖춘 선수로 빈자리를 메워 기존 전술의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브루스 감독의 구상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나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실력 하나만을 앞세워 최고 무대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조원희의 진가는 더욱 빛난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진출’ 자체가 지향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알다시피 조원희에 앞서 5명의 한국선수들이 EPL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모두가 활짝 웃었던 건 아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로 발돋움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성공사례도 있지만 이동국(전 미들즈브러)처럼 리그와 팀 적응에 실패해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케이스도 분명 존재한다.
박지성 김두현(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등 현재 EPL 무대에 몸담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에 비해 견줘 득점에 대한 부담이 덜한 건 다행이지만 중앙MF가 경기의 전반적인 흐름을 조율하는 위치임을 감안하면 역할에 대한 무게감은 외려 더 클 수 있다.
K리그와 견줘 월등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프리미어리그의 경기 흐름에 적응하는 것 또한 살아남기 위한 필수과제다. 현역 시절 ‘컴퓨터 링커’로 명성을 떨친 조광래 경남FC 감독이 조원희를 향해 “많이 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야와 상황판단능력, 축구센스 등을 더욱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충고를 던진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더불어 언어와 문화에도 조속히 익숙해져야 한다. 앞서 해외무대에 진출했던 여러 선배들 중 실패 사례의 대다수가 낯선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해, 미숙한 의사소통 능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노력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지만 열의를 가지고 임해 목표 달성 시기를 최대한 끌어당길 필요가 있다. ‘프리미어리거’라는 명칭은 ‘승리하기 위한 의지’와 ‘최상의 경기력’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선수들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스런 타이틀인 까닭이다./<베스트 일레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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