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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결산:신인류 2.0이 온다) <끝> 다양성의 힘을 알리다

정철우 기자I 2008.08.29 10:00:31
▲ 박태환-장미란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은 한국이 가장 많은 금메달(13개)을 딴 대회로 남게 됐다.

그러나 또 한가지 매우 의미있는 대회로 기억될 필요가 있다. 양궁, 유도 등 효자종목만이 아닌 다양한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대회 기간 내내 방송사의 횡포에 불만을 터트렸다. 금메달과 인기 종목 위주의 편성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위성 방송등을 이용, 자발적으로 인터넷 중계에 나서기도 했다. 그들의 관심은 육상, 요트 등 다양한 종목으로 그 폭이 넓어졌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종목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땀에 조금씩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시작은 비록 미미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뿌려진 씨앗은 오래지 않아 큰 열매로 돌아올 수 있다.

박태환 학습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박태환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자유형 400m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 수영이 경영 결승에 진출한 것은 아테네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여자 개인 혼영 남유선이 첫 스타트를 끊었고 박태환이 뒤를 이었다.

당시 남유선은 7위, 박태환은 부정 출발로 실격당했다. 그러나 만 열 다섯살의 박태환이 가르지 못한 올림픽의 물살은 4년 뒤 베이징에서 금빛이 돼 돌아왔다.

수영은 한국인이 밟아볼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일본의 기타지마가 영웅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그저 부러워만 했을 뿐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았다. 단순히 기량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못할 건 또 뭐냐'는 자신감이 박태환을 불가능에 도전하게 만든 것이다.

박태환의 성공은 비단 수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별반 인연이 없을 것만 같은 종목들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줬다. 우리는 이제 불가능에 도전하는 선수가 생기고 또 그들에게 관심과 박수를 보낼 여유를 갖게 됐다.

한국야구의 사상 첫 금메달의 주역 정근우(SK)는 빠른 발이 장기다. 그의 발은 세계 무대에서도 통했다.

그런 그에게도 야구 외의 종목을 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초등학교시절 육상부 코치의 눈에 띄어 선수 제안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정근우는 야구를 택했다.

정근우는 "어렸을때라 돈이나 그런건 몰랐고 다만 인기도 좋고 화려해 보이는 야구가 좋았다"고 말했다. 정근우 뿐 아니라 축구나 야구에서 빠른 발로 한 몫 하고 있는 선수 대부분이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반대로 육상이 화려해 보였다면? 한국 육상은 그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베이징 올림픽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비 인기종목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육상 110m 허들에 출전, 24년만에 2회전 진출이란 기록을 남긴 이정준은 경기 후 당당하게 "류샹은 내 역할 모델이다. 그와 함께 뛰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류샹은 아테네 올림픽서 이 종목 우승을 차지하며 중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 이정준의 아쉬움 속엔 '류샹이 했는데 나라고 못할 것 없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신수지는 이미 어느 누구 부럽지 않은 스타 대우를 받고 있다. 비록 첫 출전에서 결선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그 역시 언젠가는 세계무대에 우뚝 설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현재 한국의 리듬체조 선수는 채 100명이 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박태환을 포함해 한국 스포츠의 불모지에서 도전하고 있는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레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릴 필요는 없다."

한국 사회가 보다 다양하고 건강하게 커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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