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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 차인표, “관객들과의 엇갈림이 가장 걱정돼"

김용운 기자I 2008.06.27 10:01:11
▲ 차인표(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아버지 용수(차인표 분)는 병든 아내의 약과 식구들의 식량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 용수의 아들 준이(신명철 분)는 아버지를 찾아 또 국경을 넘는다. 병든 엄마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었고 돌아오겠다는 아버지는 소식이 없어서다.

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 제작 캠프B)은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의 국경,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탈북자들의 참상을 그린 작품이다. 차인표는 배고픈 아이와 아내의 약을 구하기 위해 탈북을 감행하는 아버지 용수 역을 맡았다. 그래서 차인표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보다 인터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자칫 작품의 진정성이 인터뷰를 통해 감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차인표는 작품과 주인공 용수에 대해 물었을 때는 진지했고 인간 차인표에 대해 물었을 때는 유쾌하게 답을 이었다. 2006년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 이후 ‘크로싱’으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차인표를 영화가 개봉하기 이틀 전인 지난 24일, 영화를 투자하고 배급한 벤티지 홀딩스의 강남 사무실에서 만났다.

◇ 아버지의 마음으로

‘크로싱’은 시쳇말로 안 되는 소재를 가지고 만든 영화다. 충무로에서 ‘크로싱’의 제작소식이 전해졌을 때 식량이 없어 굶어 죽어간 북한 동포들의 참상을 누가 돈을 주고 가서 보겠느냐 식의 말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김태균 감독은 4년간의 기획 끝에 작품을 완성했다.

여기에는 아버지 용수 역을 맡은 차인표의 역할이 컸다. 용수 역을 맡겠다고 선뜻 나서는 배우가 없던 찰나, 차인표가 총대를 메고 나서준 것이다. 김 감독은 차인표가 삶에 있어 진정성을 가진 배우라고 판단했고 끝내 설득시켜 영화에 캐스팅 했다.

“사실 출연을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북한이라는 배경에 탈북자라는 소재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은 아내(신애라)가 적극적으로 추천을 했고 저 역시 한 가정의 아버지이다 보니 용수의 심정이 보다 절박하게 다가와 출연을 결심하게 됐죠.”

차인표는 ‘아버지의 마음’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크로싱’은 표면적으로는 탈북자라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배고픈 식구들을 구하기 위한 한 가장의 험난한 여정이 영화의 핵심 주제로 자리하고 있다.  
 
▲ 영화 '크로싱'에서 차인표(사진=벤티지 홀딩스)


영화 속 용수와 현실의 차인표는 '아버지'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식구를 책임지는 아버지’. 이것은 체제나 이념을 떠나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숙명이다. 차인표는 결국 이 지점에서 용수를 내면화 했다.

◇ 강남에 아내, 아이들을 위한 복합건물 신축 중

차인표는 부인인 신애라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선행으로 유명하다. 입양을 두 번이나 실천했고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젊었을 때는 아이들에게 특별히 관심이 많다거나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차인표는 예상 밖의 말을 꺼냈다.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직접 낳아 키우다 보니 아이들이 이 세상의 ‘희망’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차인표의 말이다. 결국 이왕 남을 도울 바에는 우리시대의 ‘희망’들을 돕자는 생각에 이르렀고 아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

“저보다는 아내가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많은 편이에요. 아내는 아이들이 놀고 아이들이 주인인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올해 초 보도된 강남의 건물도 그런 계기로 짓게 되었습니다. 그 건물은 아마도 아이들을 위한 복합공간이 될 듯합니다.”

차인표는 사비로 지은 청담동 빌딩의 목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재산 증식을 위한 투자의 목적보다는 아내가 가지고 있는 꿈을 위해 작은 빌딩을 짓게 되었다는 것. 차인표 역시 훗날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 보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최근 발간을 앞둔 동화책은 그런 차인표의 첫 시도이기도 하다.

◇ 관객들과의 엇갈림이 가장 걱정돼

영화 제목인 ‘크로싱’은 엇갈림을 뜻한다. 영화에서 용수와 준이 부자는 결국 운명의 엇갈림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를 떠나 인간 차인표에게도 그런 운명의 엇갈림을 경험한 순간이 있었을까.   
▲ 차인표(사진=한대욱 기자)


“제 인생에도 물론 몇번의 굴곡은 있었지만 영화 속 용수처럼 평생에 한으로 남을만한 엇갈림의 기억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지금 배우의 입장에서는 관객들과의 엇갈림이 가장 걱정이네요.”

차인표는 가장 가까운 관객인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영화 '크로싱'을 보여줬다.

“아내는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이나 눈시울을 붉혔지만 아이들은 영화를 보면서 배고픔이나 가난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하더군요.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현실인지에 대해 체감을 못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인표는 희망을 가지고 영화의 개봉을 기다린다고 했다. 자신이 선택한 작품과 관객들의 기대치가 엇갈릴 수도 있지만 영화는 오락적인 재미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크로싱'의 영화적 완성도에 있어서도 차인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요즘 모든 것이 재미가 ‘있다’와 ‘없다’로 판가름 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인 이상 남의 아픔에 대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연민과 공감의 능력도 필요합니다. ‘크로싱’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인터뷰 마지막 질문으로 차기작에 대해 물었다. 차인표는 “요즘은 작품들과도 엇갈리는 기분이다”며 “아직 뚜렷하게 다음 작품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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