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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릴레이 제안] '아마야구를 살리자1' - 이광환 육성 위원장

정철우 기자I 2008.01.01 02:25:02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2008년 무자년 새해가 밝았다. 한국 야구도 새로운 희망을 향해 또 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미래는 밝지 못하다. 해체 위기에 놓인 현대 유니콘스에 대한 확실한 해법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자칫 프로야구는 다시 7구단 시대로 돌아갈 위기에 놓여 있다.

더 큰 문제는 아마야구다. 프로의 근간이 되는 아마추어 야구는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점점 그 뿌리를 잃고 있다. 프로야구단 1개의 소멸은 당장 눈에 띄는 위기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는 초,중,고 아마야구팀들은 10년 뒤면 닥쳐올 더 큰 태풍이다.

이에 이데일리 SPN은 아마야구의 활로를 찾아보고자 신년 특집으로 아마야구 관계자들의 릴레이 제언을 마련했다. 그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문제점과 해법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그 첫 순서는 지난 2년간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육성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해 온 이광환 전 LG 감독이다.

 
사진제공=대한야구협회

KBO 육성위원장을 맡은 뒤 리틀야구에 많은 공을 들였다. 리틀야구는 학교만으로는 새로운 팀 창단이 어려운 처지다. 
 
초등학교는 운동장도 학급수도 부족한 상황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기란 매우 어렵다. 기물이파손되거나 학생들이 다칠 위험성이 높다. 또 초등학교는 학생수 자체가 줄고 있다.
 
그래서 찾은 활로가 클럽팀이다. 클럽팀은 2007년에만 23개가 창단됐다. 올해에도 적지 않은 팀들이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자체가 어린이들이 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기본적인 장비까지 지원해준 덕에 새로운 팀을 만들 여력이 생겼다. 지역 클럽제로의 전환은 초등학교 야구가 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야구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공간과 자금의 부족이다. 어린이들에게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은 지자체가 가장 좋은 대안이다. 현재로서는 그렇다.
 
그러나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다. 육성위원회가 있지만 직접 뛸 수 있는 사람은 위원장인 나를 비롯해 한두명 뿐이다.
 
지자체와의 꾸준한 접촉을 통해 공감대를 넓혀야 하는데 지금 인력과 지원으로는 턱도 없는 얘기다. 힘에 많이 부친다.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의사를 전달했을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와 리틀야구 클럽팀을 다 더해도 150개 정도에 불과하다. 대만만 해도 이 수가 600개를 넘는다. 일본은 수만개에 이른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우리 젊은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세대교체의 희망을 봤다. 그러나 그들은 프로야구가 한참 활성화됐던 1990년대 초,중반 그 야구를 보고 시작한 선수들이다. 그것만 쳐다보고 있어선 안된다. 10년 뒤 과연 어떤일이 벌어질지 겁이 난다.
 
중.고등학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젠 거의 자비로 야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겨울에 전지 훈련만 가도 200~300만원씩 든다. 너무 부담이 크다. 야구를 시키고 싶은 학부모들은 많은데 이런 걸림돌 탓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비교적 따뜻한 곳에 훈련 시설이라도 많으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선 심각함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예전처럼 동문들의 관심이 많지 않아 더욱 힘들다.
 
프로야구가 전면 드래프트를 채택한 뒤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나마 도움이 되던 프로 구단들의 지원까지 끊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프로야구만 생각하면 전면 드래프트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구단들도 어려운데 남의 선수가 될지도 모를 아이들에게 지원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투자를 많이 한 구단들이 덕을 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드래프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 분위기가 자리잡게되면 구단들의 관심은 외국인 선수 보강에만 더 집중될 것이다.
 
'지자체와 원활한 협조'와 '드래프트제의 재고'는 아마야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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