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봉준호 통찰력 뛰어나…'기생충' 업적에 자긍심 느껴"(인터뷰)

박미애 기자I 2019.05.31 08:44:56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우리가 사는 사회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뛰어난 예술가다.”

배우 송강호가 봉준호 감독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송강호는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생충’은 한국사회 풍경에서 출발을 했지만 봉준호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풍경이자 현상”이라며 “2년 후배지만 그의 통찰력은 예술가로서 존경스러울 정도”라고 치켜세웠다.

‘기생충’은 글로벌한 메시지에 제72회 칸국제영화제의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자리에 함께한 송강호는 자신이 수상한 것처럼 봉준호 감독을 끌어안고 기뻐했다. 봉준호 감독도 자신의 동반자이자 위대한 배우로 소개하며 송강호를 먼저 챙겼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영화의 최고합인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의 시너지가 일군 최고의 결실이었다.

덩달아 두 사람의 인연도 화제였다. 둘의 인연이 시작된 ‘초록물고기’(1997)와 ‘모델 선인장’(1997)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초록물고기’의 송강호 연기에 마음을 사로잡힌 봉준호 감독과 장준환 감독이 ‘모텔 선인상’ 연출부에 있었을 시절에 오디션을 가장한 사심 미팅을 주선해 만난 것.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 장준환 감독 모두 너무 예의가 바르고 정중했다”며 “그런데 그때는 이 두 사람이 미래를 짊어질 한국영화의 기둥이 될 줄은 몰랐다”고 너스레를 놨다.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 두 사람의 인연은 ‘살인의 추억’(2003)을 시작으로 ‘괴물’(2006) ‘설국열차’(2013) ‘기생충’으로 20년 넘게 이어졌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몸무게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면서 “한결 같은 사람”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송강호의 봉준호 감독에 대한 신뢰는 캐스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살인의 추억’ 때부터 ‘기생충’까지 단 한번도 시나리오를 검토했던 적이 없다.

“20년 동안 늘 그랬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던 첫 작품도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한 게 아니다. 봉준호 감독은 믿을 수 있고 또 나를 너무 잘 아는 감독이다. 시나리오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그런 믿음이 있다.”

봉준호 감독에 따르면 송강호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였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시상식 뒤풀이 자리에서 송강호의 연기를 극찬하며 못내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칸국제영화제는 규정상 황금종려상과 중복수상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송강호는 “작품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 더 기쁘다”며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과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좋게 봤는데 칭찬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송강호가 극중에서 맡은 배역은 잇단 사업 실패로 실직한 가장 기택이다. 이야기와 다른 인물들에 섞여 숨어있는 듯하다가(송강호는 이를 ‘연체동물처럼’으로 표현했다) 후반부에 강력한 한방을 터뜨린다. 앞선 몇몇 작품에서 리드 역할을 해야 했던 송강호는 이번에는 극을 끌고 가야 하는 짐을 내려놓고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촬영하는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배우들과 해서기도 하지만 어깨에 짐을 지고 홀로 가는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처음부터 각이 서서 가는 것보다 이렇게 뭉근한 캐릭터가 클라이막스에서 감정을 표출했을 때 그 낙차 폭이 더 큰 것 같다.”

‘기생충’에 대해 송강호는 ‘봉준호의 진화이자 한국영화의 진화’라고 평가했다. 송강호는 “제작보고회 때 거창하게 표현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틀린 얘기가 아닌 것 같다”며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부터 20년간 집요하게 자신의 리얼리즘 세계를 구축해왔고 그 결과물이 ‘기생충’으로 정점을 찍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100년사에 첫 황금종려상 수상으로도 의미가 깊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에 큰 선물을 줘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주연작만으로 누적관객 1억명을 넘긴 최초 배우로서 한국영화 산업을 키우는데 기여해온 송강호의 입장에서도 100주년에 얻은 결실은 의미가 남다르다.

“‘기생충’이 한국영화사에 큰 업적을 남긴데 자긍심, 자부심이 있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단 하루아침에 이룬 것이 아니다. 숱한 우리 선배 예술가들이 켜켜이 쌓아올린 것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마지막 깃대를 잡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100년간 쌓아올린 한국영화에 대한 헌신, 노력들을 생각하니 숭고한 느낌까지 든다.”

송강호는 올 여름 또 한 편의 대작 ‘나랏말싸미’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송강호는 이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과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인 세종대왕을 연기한다. 송강호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소개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큰 매력으로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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