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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컴백 이벤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샤이니는 이번 컴백에서 요즘 가수들이 신곡을 발매할 때 대중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으레 개최하는 기자 및 팬 대상 쇼케이스나 기자회견 등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샤이니가 대중의 관심도가 낮은 그룹도 아니다.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기를 누려왔으며 일본에서는 올해 상반기 돔투어도 소화했다. 종현의 부재에 따른 포지션의 변화, 그룹 활동을 위한 멤버들의 컨디션 등 대중이 샤이니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도 많다. 한국 대중음악계에 큰 충격을 준 지난해 12월 메인보컬 종현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첫 신보 발매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컴백에 대중의 관심을 일부러 피했을 리는 없다. 더구나 이날 컴백 아이돌 그룹들이 최근 들어 가장 많았다. 일본에서 데뷔한 신인그룹 NTB가 국내 데뷔를 했으며 걸그룹 AOA가 메인보컬이었던 초아의 탈퇴 이후 1년5개월만에 컴백을 했다. 인기를 끌고 있는 신인 걸그룹 프리스틴은 첫 유닛 프리스틴V를 이날 출격시켰다.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뭐든 한가지라도 이벤트를 더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샤이니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고민 끝에 쇼케이스나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의를 하자 “트리플 타이틀 릴레이 활동인 만큼 다음 활동 시작에 맞춰 컴백 이벤트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이날 컴백하는 가수들의 쇼케이스가 시간, 장소를 확정해놨기 때문이다. 이날 NTB는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 프리스틴V는 오후 2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 AOA는 오후 4시 광진구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쇼케이스를 가졌다. 취재진이 하나의 행사에 참석했다가 다음 행사로 이동을 하기에도 빠듯한 스케줄로 촘촘이 일정이 잡혀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 상황에서 샤이니의 컴백 이벤트가 열린다면 기존 행사를 예정한 가수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감안했다. 샤이니가 쇼케이스나 기자회견을 갖는다면 어느 그룹이든 시간이 겹칠 게 뻔했다. 경쟁자를 하나라도 더 줄이려면 일부러라도 시간대를 겹치게 했을 터다. 그러나 샤이니의 쇼케이스에 더 많은 취재진이 몰린다면 상대적으로 같은 시간대 쇼케이스를 잡은 그룹에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는 점도 SM엔터테인먼트의 고려 요소였다. SM엔터테인먼트는 결국 일주일 전인 지난 21일 최종적으로 샤이니의 행사 개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K팝 전체가 잘되려면 특정 기획사, 특정 가수 한두곳이 아니라 시장 규모 전체가 커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이다. 자신의 밥그릇만이 아닌 시장 전체를 생각하는 점은 ‘업계 1위’가 거저 얻은 타이틀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