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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입소문의 원동력 중 하나는 섬뜩한 범인 정호영이었다. 젊은 여성을 골라 스타킹으로 살해하는 사이코패스 정호영은 ‘터널’의 긴장감을 담당했다. 또 다른 범인인 부검의 목진우(김민상 분)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정호영은 11회를 끝으로 하차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정호영 역을 맡은 허성태는 2011년 SBS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연예계 데뷔했다. 당시 그는 데뷔하기엔 적지 않은 30대 중반이었다. D조선이란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간 곳이었다. 뛰어난 실력과 독특한 이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도 잠깐이었다. 영화와 드라마 조단역으로 활동을 이어갔지만, 이렇다 할 반응은 없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확신으로 바꿔준 작품이 영화 ‘밀정’(2016)이었다. 허성태는 극중 의열단의 뒤를 쫓는 정보원 하일수 역을 맡았다. 송강호에게 뺨을 수차례 맞는 장면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터널’에도 합류했다. 그만큼 ‘밀정’은 그에게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그전까지는 불확실했다. ‘밀정’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들었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단 생각이 들었다.
―‘터널’이나 ‘밀정’에선 강렬한 캐릭터를 맡았지만, 평소엔 유쾌하고 밝다는 주변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성격은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우유부단하다. 역할에 영향을 받는 스타일은 아니다. ‘컷’하면 털어버리고 다음을 준비한다. 촬영을 하지 않을 땐 내 모습이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허성태는 정호영과 달리 중저음 목소리가 아니었다. 의외였다. 아내에겐 더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말한다고. ‘밀정’을 시작으로 목소리에 변화를 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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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답을 준 이가 배우 이병헌이다. 두 사람은 ‘밀정’에 이어 ‘남한산성’까지 두 차례 호흡을 맞췄다. ‘남한산성’을 촬영하던 중 이병헌은 허성태에게 “보통 목소리를 변조하면 가짜처럼 들리는데, 전부 진짜 같다”고 말했다. 이후 허성태는 각기 다른 목소리 모두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사람에게 다양한 감정이 있듯, 목소리도 그런 것 같다”면서 “이병헌 선배의 이야기는 나에게 확신을 준 고마운 한 마디였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내달 첫 방송하는 KBS2 새 수목 미니시리즈 ‘7일의 왕비’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영화 ‘범죄도시’도 촬영 중이다. ‘남한산성’, ‘부라더’, ‘꾼’ 등 개봉을 앞둔 작품 중에는 외국어 연기를 하거나, 전혀 다른 연령대를 연기한 작품이 있다. 그는 “‘터널’과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허성태는 다작 배우다. 근래 ‘밀정’과 ‘터널’로 주목 받았지만. 2011년 데뷔한 이래 쉼 없이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신인 혹은 무명 배우들 사이에선 양날의 검인 재연 드라마에도 출연한 적 있다.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닥치는 대로 했다. 생계라는 이유도 있고, 연기에 대한 갈증도 이유였다. 하나하나 쌓이면 그것도 내 공부라고 생각한다. 대사 서너 줄, 한 장면이라도 재미있게 나올 수도 있다. 그것이 배우인 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터널’ 제작진과 출연진은 이달 말 괌으로 포상휴가를 계획 중이다. 그 역시 “마음은 이미 괌에 가 있다”며 참석을 희망했다. 그만큼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휴대전화 벨소리도 ‘터널’ 속 김선재(윤현민 분)의 그것과 동일했다.
△연말에는 이런 소리 듣고 싶다. ‘허성태라는 배우가 참 다양하게 연기하는구나’라고 말이다. 그만큼 보여드릴 작품 속 캐릭터가 다양하다. 지켜봐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