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초의 일상, '오구실' 이채은을 아시나요?(인터뷰)

이정현 기자I 2017.04.05 07:00:00

세 번째 시즌 맞은 ‘오구실’, 상상도 못해
평범한 30대 여성의 이야기에 시청자도 공감
스펙트럼 넓은 배우가 목표.. ‘오구실’ 애정 당부

사진=클로버컴퍼니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난다는 건 힘든 일이다. 겨우 양치를 하고 일터로 나갈 채비를 한다. 앞머리에 롤을 한 채 도시락을 쌌다. 출근해서는 신고 왔던 운동화를 벗고 구두를 신었다. 낙서로 잠깐의 시간을 보냈다. 도시락 속 음식으로 그렸던 사람 얼굴이 망가졌지만 달콤한 휘핑크림에 짜증이 사라졌다. 그리고 퇴근 후 저녁, 기르는 토마토에 물을 주고는 잠이 들었다.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하지만 사랑스러운 오구실의 하루다.

웹드라마 ‘오구실’ 세 번째 시즌이 4일 밤 첫 방송했다. 또 한 번의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오구실(이채은 분)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오구실’은 혼자 사는 평범한 30대 여자의 일상을 72초의 짧은 시간동안 조명한다. 2015년에 첫 번째 시즌이 시작한 후 현재까지 이어졌다. 누적 조회수 1200만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배우 이채은은 “시즌3까지 이어질지 상상도 못했다”며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공로에 있는 이데일리 편집국을 찾은 그는 “평범한 여자가 보여주는 매력이 공감을 샀다”며 “오구실의 이야기이지만 마치 자기의 그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하다”고 인기 비결을 밝혔다.

‘오구실’ 속 오구실은 이채은을 닮았다. 이채은은 작품을 기획할 당시 ‘할 수 있는 걸 해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말에 자신의 말투와 몸짓을 캐릭터에 덧입혔다. 오구실의 일상은 곧 이채은의 그것이다. “가끔 극 중 캐릭터와 현실이 너무 닮아 보일 때가 있어 일부러 구분하려고 할 때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주위 사람들이 ‘구실아’라고 부를 때가 있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죠. 이전에는 캐릭터에 제 몸을 맞춘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는데 오구실은 달라요. 시즌을 거치며 캐릭터와 제가 서로 영향을 주는 듯해요. 사실 오구실 만큼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는데 변해가는 걸 느껴요. 그리고 어떤 때는 오구실의 콤플렉스를 제가 가져오기도 하죠. 지금은 덜하지만 촬영을 하고 있을 때는 일상생활에 캐릭터가 많이 묻어 있었어요.”

‘오구실’의 매력은 순간의 포착이다. 쉽게 지나칠 법한 일상을 카메라로 끄집어낸다. 대단한 메시지는 없다. 하지만 찰나가 주는 특별함이 담긴다. 이채은은 “‘오구실’은 순간의 감정을 돋보기로 자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우리 인생이 매거진 같지 않듯이 오구실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시청자가 공감하는 지점일 것”이라 말했다.

“좋게 말하면 한국의 브리짓 존스이지 않을까요?” ‘오구실’ 시즌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이채은은 이렇게 표현했다. 러네이 젤위거가 아닌 브리짓 존스는 상상하기 어렵다. 세 번의 시즌을 거치면서 ‘오구실’ 역시 이채은의 색이 짙다. 2대 오구실이 탄생하는 게 가능할까. 질문에 그는 “아마 화내는 분도 나올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캐릭터를 향한 애정이 묻었다.

오구실처럼 이채은도 30대 여성이다. 일과 사랑, 그 역시 오구실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연기자로서의 고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욕심이다. 그는 “나는 한 번에 매력을 모두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여러 명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기 보다는 자세히 관찰하고 들여다봐야 하는 사람인 듯하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채은은 ‘오구실’ 다음으로 5월에 방송하는 KBS2 드라마 ‘쌈,마이웨이’에 특별출연한다. 영화 ‘비밥바룰라’도 하반기에 개봉한다. 그는 활동 영역이 넓은 배우가 되기를 바랐다. 새 시즌을 맞은 ‘오구실’이 촉매제가 된다면 더 좋다. 인터뷰 말미, “오구실이 앞으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곧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들렸다.

사진=클로버컴퍼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