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면]이후 영화계는…부국제·다양성영화·모태펀드 정상화 절실

박미애 기자I 2017.03.11 11:25:53
부산국제영화제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으로 영화계도 변화의 바람이 기대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영화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 1만명에 이르는 ‘블랙리스트’에는 상당수의 영화인들 이름이 포함됐다. 정부를 비판한 영화와 영화인들은 탄압받고, 지원에서 배제됐다.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대국민 사과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최근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재발 방지를 하겠다며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함께 변화가 시급한 영화계의 숙제들을 살펴봤다.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는 블랙리스트와 더불어 박근혜 정권의 영화계 탄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하면서 부산시와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이듬해 영화제 예산이 절반으로 삭감(16억→8억)됐다. 현 정권의 압박은 ‘돈줄’을 쥐어트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해촉과 이 전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 4명의 사법처리로 이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은 영화인과 부산시의 갈등으로 확산됐다.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도약하는 중요한 시점인 지난 2년간 큰 홍역을 치렀다. 그러다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이를 수하는 특검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체부에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 전액 삭감을 지시한 사실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치적 탄압 실체가 드러났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최근 정기총회를 갖고 개최 시기 등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는 오는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간 열린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인들의 보이콧은 철회되지 않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반쪽자리’ 행사로 체면을 구겼다. 영화인들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과 부산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도 정상 개최되지 않는다면 예년의 명성과 위상을 되찾기 힘들다.

영화 ‘다이빙벨’
◇예술 및 독립영화 정상화

예술영화 혹은 독립영화로도 불리는 다양성 영화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다이빙벨 사태’ 이후 박근혜 정권은 다양성 영화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을 가했다. 박근혜 정권에 ‘찍힌’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와 상영한 영화관에 대한 탄압은 집요했다. ‘다이빙벨’을 제작·배급한 시네마달은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돼 폐업 위기에 처했고, ‘다이빙벨’ ‘자가당착’ ‘불안한 외출’ 등을 상영한 인디스페이스는 휴관 위기를 겪었다. 현재 한국독립영화협회를 비롯한 독립영화단체,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감독들이 ‘시네마달 지키기 공동연대’를 결성하고 1억원을 목표로 ‘블랙리스트 배급사 시네마달을 구하라’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는 “부당하게 사업규모가 축소되거나 추진방식이 변칙적으로 개편된 사례가 일부 확인됐다”며 이에 대한 복원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법률 제정을 통해 “지원 차별 등을 금하겠다”고 밝혔다. 다양성 영화의 지원은 건강한 영화 생태계를 조성하고, 영화산업의 질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박근혜 정권에서 생존 위기에 몰렸던 다양성 영화들이 숨통을 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영화 ‘변호인’
◇표현의 자유 회복

다양성 영화뿐 아니라 상업영화도 박근혜 정권의 탄압을 피해갈 수 없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변호인’을 각각 투자·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와 NEW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 드러났다. CJ는 ‘변호인’의 투자에도 참여했다. 두 영화는 모두 천만영화 대열에 오르며, 국민의 선택을 받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제작한 이미경 CJ 부회장은 2014년 9월 경영에서 손을 떼고 미국으로 떠났고, NEW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CJ와 NEW가 이후에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연평해전’을 내놓은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권의 미운 털이 박힌 것에 대한 ‘만회용’이라는 말들이 돌았다. 어떤 영화들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투자가 막혔다. 공교롭게도 정권에 불편한 내용이 담긴 영화들이 그러했다. 한국벤처투자에서 운용하는 모태펀드는 상업영화의 ‘젖줄’이나 다름 없다. 영화계는 박근혜 정권에서 모태펀드는 창작자들을 자기검열하게 만드는 무형의 탄압 역할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원전폭발사고를 그린 ‘판도라’와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그린 ‘재심’,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택시운전사’ 등이 모태펀드 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판도라’는 투자를 하기로 했다가 철회한 경우로 의혹을 샀다. 모태펀드 투자 심사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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