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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기무(38)가 결혼허락을 받을 때 장인이 했던 말이다. 31세의 나이에 연극 무대에서 데뷔한 늦깎이 배우, 2013년 결혼 때까지는 지금보다도 더 무명이었다. 당장 돈 벌이가 될 만한 뮤지컬에서 출연제의가 들어오지만 한 작품을 2개월 넘게 공연해도 30만~40만원을 받는 게 전부인 연극에 집중하고 싶다는, 딸을 주면 고생시킬 게 훤해 보이는 남자에게 장인은 결혼을 허락했다. 그의 장인은 선 굵은 연기로 인상이 깊은 배우 김진태다.
“처음에는 장모님만 나오셨어요. 말씀을 나누다가 뮤지컬보다는 당장 돈을 못 벌어도 연극과 영화에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장모님께서 ‘그 얘기는 하면 안될 거 같은데 왜 하냐’고 하시면서도 장인께 말씀 잘 드리겠다고 하셨어요. 그날 밤 장인께서 전화를 주셔서 다다음날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김기무는 현재 tvN 월화 드라마 ‘일리 있는 사랑’에서 엄태웅이 연기하는 남자 주인공 장희태의 절친한 친구 황정구 역을 맡고 있다. 배우로서 슬슬 얼굴을 알리는 중이다.
김기무는 “예전부터 뭐든 습득이 빨랐지만 금방 싫증을 냈다. 꾸준히 한 취미생활도 없었다”며 “연기는 시작하고 나서 한번도 싫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극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수산시장에서 동태 껍질을 까고 막노동, 발렛파킹, 대리운전, 웨이터 등등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게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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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력은 유별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는 야구다. 김기무는 한화 이글스 1군 선수였다. 중앙고 재학 시절 손지환, 신명철과 함께 ‘고교야구 유격수 3인방’으로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할 만큼 유망한 선수였다. 고교 때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아 고려대를 거쳐 2001년 입단을 했다. 하지만 고교 때부터 야구에 대한 흥미를 잃은 상태였다. 2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치고 2003년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퇴를 했다.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다. 영화 수입배급사에서 근무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군대에서 친분을 쌓은 연극영화과 출신 동료들에게 책을 빌려 읽으며 공부를 했다. 그 기간 영화, 연기 관련 서적을 200권 정도 읽었다고 했다. 친하게 지내던 연극영화과 출신 선임병이 ‘영화를 배우기에는 나이가 많은데 연기를 먼저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자신도 수긍을 했다. 제대를 하자마자 세종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해 29세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배우 이순재, 배우 겸 연극 연출가 김태훈이 교수였다. 뒤늦게 연기 공부를 시작한 제자에게 교수들은 “지금부터 3개월을 참아보라”고 했다. 이후 늦은 시간에 불러서 연기 지도를 해주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도 많이 해줬다. 자질과 열정을 인정한 셈이다. 졸업할 때가 되니까 연기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게 2008년이었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그의 연기를 본 뮤지컬 제작자가 “연기력을 갖춘 조연들이 필요하다”고 출연을 제안해 ‘삼총사’로 뮤지컬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연극보다 수입이 20배 이상은 됐다. 뮤지컬에 출연하며 지금의 아내도 만났다. 그의 아내는 뮤지컬 배우 김윤지다. 연극을 하기 위해 뮤지컬을 한다고 했지만 2012년 데뷔작을 같이 했던 연극연출자에게 “연기가 늘지 않는다. 소극장에서 필요한 디테일한 연기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시 연극에 매달리게 된 계기가 됐다. 장인 김진태도 “나도 연기 때문에 연극에 집중한 적이 있다”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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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허락을 받은 뒤에 모든 일이 잘 풀렸다. 영화 ‘플랜맨’과 ‘황제를 위하여’에 연이어 캐스팅됐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삼총사’에 소현세자를 보좌한 구내관 역으로도 출연했다. 임팩트 있는 역할이어서 인지도 있는 배우들도 적잖이 탐냈지만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김기무였다.
오디션을 보면 많이 캐스팅이 된다. 일은 끊기지 않는 편이다. 수입은 아직 적다. 결혼 후 근 1년은 아내의 수입으로 생활했다. 자신의 ‘황제를 위하여’ 출연료는 신혼여행 비용으로 썼고 이후 12개월 만에 드라마 ‘삼총사’ 출연료를 정산 받아 처음 아내에게 가져다 줬다. 그래도 장인, 장모와 아내는 수입이 없는 것에 대해 한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감사해 했다.
“오히려 결혼 후에 연극을 한다고 하니까 장인어른께서 ‘꼭 보러 가겠다. 잘 한번 만들어 봐라’라고 하셨어요. 2014년 서울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는데 가족들의 그런 지원 덕분이죠. 아내는 항상 내가 연기를 잘 한다고, 무조건 배우로 잘 될 거라고 해요.”
연출자나 선배 배우들은 김기무에게 “의외의 연기를 한다”고 평가한다. 이런 연기를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다른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순재도 그에게 “넌 배우를 좀 오래 할 것 같다. 신기하게 귀공자 빼고는 다 할 수 있겠다”고 했다. 김기무가 연기자로 살아가는 데 하나의 이정표가 된 말이다.
“이순재 선생님 말씀처럼 연기에 접근하려고 항상 고민을 해요.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맡으면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보려고 해요. 흔히 ‘어떤 역할은 누구’라는 식의 정형화된 캐릭터가 있잖아요. 저는 정형화되지 않은 얼굴인 것 같아요. 그게 연기자로서 제 비전이죠.”
(사진=하늘구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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