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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잠실에선 ‘한 지붕 라이벌’ 두산과 LG의 플레이오프가 열렸다. 6차전까지 가는 명승부였지만 당시 평균 관중은 2만명을 밑돌았다. 1차전만 2만(20465명)을 넘었을 뿐이다. 4차전 관중은 1만2357명에 불과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거의 동네 잔치 수준이었던 셈이다. 휑하게 비어있는 외야 스탠드를 감추기 위해 대형 응원 플랭카드나 선수 사진이 걸려 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당시 필자는 연일 ‘포스트시즌 대박 조짐’ ‘흥행에 희망이 보인다’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프로야구가 워낙 침체기였기 때문이다.
변명을 좀 하자면 당시 분위기는 다 그랬다.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의미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 자꾸 ’재미있다’ ‘관중도 많다’고 홍보해 줘야 다른 사람들의 관심도 끌 수 있다‘는 논리가 보이지 않게 모두의 마음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땐 정말 그게 맞는 소리인 줄 알았다. ‘좋은게 좋은 것’라는 분위기 속에서 혼자 시끄럽게 튈 자신도 없었다.
그게 왜 잘못됐는지는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알게됐다. 그때의 침묵은 한국 야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한국 프로야구 인기는 그 후로 오랫동안 살아나지 못했다. 1999년 부터 2006년까지 한국 야구는 긴 암흑기를 겪어야 했다. 뒤늦게 관중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뒤였다. ‘예방’에 실패한 탓이었다.
지난 3월30일 2013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구도’ 부산(사직구장)이 만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개막전이 끝나자 여기 저기서 ‘부산이 심상찮다’는 지적을 했다.
그때만 해도 개인적으로 솔직히 좀 너무한다 싶었다. ‘부산이 무슨 야구에 대한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는 곳도 아니고, 만원 한번 안됐다고 너무 몰아세우는 것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부산에 이어 전국의 야구장 방어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느 곳은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관중이 줄어든 곳도 생겼다. 평균적으로는 15% 정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구 질이 떨어졌다는 평가에서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부진, 경기 불황, 팬 서비스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KBO나 구단 입장에선 서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변명 거리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날씨가 너무 춥다. 경기력 또한 신생팀 창단이 부른 일시적 현상으로 다독여줄 수 도 있는 노릇일 터. 또 올시즌엔 규모가 큰 잠실구장에서 개막전을 하지도 못했으며 가장 관중 많은 토요일 경기가 취소되기도 했다. 두산 같은 구단은 아직 주말 경기의 혜택을 많이 보지 못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자꾸 질 떨어진다고 하고 관중 없다고 하면 더 관중이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맞는 소리 같아 고개를 같이 끄덕였지만 순간, 가슴이 서늘해 지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오래 전 그 날, 같은 논리에 갇혀 함께 망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언론 매체가 다양해지고 야구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야구를 지켜보고 감시하는 눈도 많아졌다. 이제는 몇몇의 마음만 통하면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갈 수 있는 시기를 지났다.
또 ‘대의’라는 명분에 가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미화하는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사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파도 문제의식을 갖고 빠르게 대처하며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그런 것 처럼 빠른 현실 파악과 반성, 그리고 변화를 시도해야 슬럼프를 짧게 가져갈 수 있다.
한국 야구계가 연일 여기 저기서 울리고 있는 조기 경보에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 때론 헛다리를 짚은 진단도 있겠지만 미리 미리 대비한다는 생각으로 작은 문제에도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 야구는 여전히 희망이 더 크다. TV 시청률에선 여전히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치업이 나쁘지 않은 경기는 여전히 간단하게 1%를 넘는다. 빅매치는 벌써 2%를 넘는 경우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한 경기 동시 접속자가 20만명을 넘는 경우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야구계는 더 많이, 더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 서로 위로하고 만족하는 분위기는 위기의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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