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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은 양학선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이다. 난이도 7.4의 현존 최고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도마의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
‘양학선’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의 ‘여2’와 여러 모로 비슷하다. 일단 ‘양학선’이 ‘여2’를 개량한 기술이다. ‘여2’는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몸을 두 바퀴 반 비틀어 내린다. 공중에서 900도를 돈다. ‘양학선’은 이보다 반 바퀴를 더 돈다. 1080도까지 회전을 극대화시켰다.
‘여2’로 여홍철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에서 유력한 금메달리스트로 떠올랐다. 양학선 역시 ‘양학선’으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손꼽혔다. 여홍철이 비록 착지의 아쉬움으로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양학선은 선배의 한을 풀어줬다.
공통점은 또 있다. ‘여2’는 세계 도마 수준을 진일보시켰다. 1996년 당시 압도적이던 이 기술은 이제는 도마의 필수 교본이 됐다. ‘여2’를 소화하지 못하면 결선에 오르기 힘들다. 철봉의 드가체프 기술과 비슷하다. 여홍철이 세계 도마에 남긴 족적은 그만큼 크다.
양학선의 금메달도 금메달 이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기존 기술을 익히는 것과 동시에 도전 정신으로 새 기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양학선의 도전 정신은 또다시 도마의 발전을 이끌었다. 16년 전 여홍철과 후배 양학선은 그렇게 닮았다. 두 사람에게는 도전 정신이란 공통 분모가 자리하고 있었다.
발전 없는 스포츠는 도태된다. 스포츠의 기본 정신이야말로 도전이다. 여홍철의 은메달과 양학선의 금메달은 이를 100% 충족시켰다. 메달을 넘어 도마 발전을 이끈 공로까지 포함됐다.
양학선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새 기술 ‘양2’를 선보일 예정이다. ‘양학선’을 발전시켜 반 바퀴를 더 돈다. 총 1200도 회전한다. ‘여1’를 발전시켜 ‘여2’를 내놓은 여홍철처럼 양학선도 ‘양1’을 넘어 ‘양2’로 다시 세계 체조 도마를 이끌 생각이다.
박종훈 SBS 체조 해설위원은 “(양학선의 기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기를 줬다”며 “다른 선수들도 기술을 연마해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