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이루마(31)가 전역을 앞두고 27일 이데일리SPN과 단독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이루마는 “막상 전역을 한다고 생각하니 정든 후임들에게 괜히 미안하다”며 “하지만 딸과 아내를 마음껏 볼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루마는 지난 2년여의 군 생활과 제대 후 계획 및 처제인 손태영과의 결혼으로 손아랫동서가 되는 톱스타 권상우 와의 뒷이야기들을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나갔다.
다음은 이루마와의 일문일답.
― 전역을 앞둔 소감은?
▲ 의외로 담담하다. 막상 떠난다고 하니 함께 동고동락한 후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렇지만 집에 있는 딸과 아내를 마음껏 볼 생각을 하면 기분도 좋고 설렌다.
― 영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자원입대를 택해 화제가 됐다.
▲ 나중에 음악학교를 세우는 것이 목표라서 큰 사람이 돼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원입대를 택했다.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음악생활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측면을 극복하고 싶었다. 그 동안 내가 못 느낀 것들을 느끼고 싶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고 싶었다.
―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간 거라 군생활이 평탄치 않았을 듯싶다.
▲ 입대 후 훈련소를 마치고 후반기 교육 같은 경우는 많이 힘들었었다. 나이도 많은데 이런 저런 걸 다 해야 하는 등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 군대에 많이 적응했고 지금까지 온 거 보면 잘 버티었다고 생각한다.
― 군 생활은 주로 어떻게 보냈나.
▲ 해군 본부 군악대 소속이었지만 해군 홍보단으로 파견돼 거기서도 활동했다. 두 곳을 모두 경험한 덕분에 음악하는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제대 후에도 계속 만날 수 있는 음악적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돼 기뻤다. 이 친구들과는 나중에 같이 작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군악대의 군기가 다른 부대에 비해 엄한 편이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서 음악에 대한 공통점으로 서로 잘 지냈다.
― 군에서 음악 작업은 지속할 수 있었나.
▲ 해군 홍보단에 파견돼 있을 때는 대민봉사 차원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섬으로 연주를 많이 다녔다. 그래서 그동안 제 음악을 접할 수 없었던 분들에게 들려드릴 기회가 더 많았다. 해군 홍보보다 제 홍보가 더 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덕분에 남자 팬들이 오히려 더 많이 생겼다.
― 지난해 학력위조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한 것으로 안다.
▲ 포털사이트에서 저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영국 로열음악학교로 정보를 올린 것이 졸지에 학력위조로 몰리게 됐다. 저는 데뷔할 때부터 퍼셀스쿨과 킹스칼리지를 졸업했다고 밝혔다. 군에 있다 보니 어떻게 할 수 있었던 상황도 아니었기에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제가 거짓말한 것도 아니고 떳떳했기 때문에 그냥 시간이 지나가면 '어차피 진실은 밝혀지겠지' 하며 마음을 다 잡았다.
▲ 구체적인 과정은 잘 모르고 있다가 올 봄에 갑작스럽게 들었다. 계속 군대에 있었으니까 밖의 일은 잘 몰랐다. 물론 결혼 발표하기 전에 두 분 사이를 알고 있었고 잘 만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믿어지지 않았다. 권상우같이 TV에서만 봤던 유명한 분이 처제의 남편이 된다는 게 신기했다.
― 촌수로 보면 권상우보다 위지만 실제로는 권상우의 나이가 더 많다.
▲ 사실 저도 아직 조심스럽다. 단 둘이 있을 때는 형이라고 부르겠다고 했는데 권상우가 그러지 말라했다. 현재는 서로 존칭을 쓰고 있는데 그게 나름대로 좋은 거 같다. 권상우와는 이후 자주 전화통화를 했고 딸이 태어나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줬다. 조카의 선물을 챙겨주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써줘서 고맙다.
― 손태영과 권상우 결혼식에 축하연주를 한다고 알려졌다.
▲ 기존의 곡이 아닌 미발표 신곡으로 두 분의 결혼식을 축하드릴 예정이다. 아직 다 쓰지는 않았고 제대 후에 본격적으로 작곡해 두 분 결혼식 때 초연할 생각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우선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참여를 한 뒤 11월부터 12월까지 전국투어가 있을 예정이다. 현재 스무 곳의 도시가 예정돼 있다. 제가 잊고 있었던 무대에서 새로운 곡들을 제 연주로 들려드리겠다. 하지만 새로운 앨범은 정확히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 제대후 집에서 아기도 보면서 새로운 영감도 얻으며 차근차근 준비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일기처럼 생각나는 대로 음악을 많이 썼는데 이제 그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빼내서 좀 큰 음악으로 다시 써볼 생각이 있다. 좀 더 작곡가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 나를 정말 믿어주고 기다려줘서 군에 있는 동안 결혼까지 하게 됐다. 내가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고 또 나를 평생 믿고 따라줄 사람이다. 아내에게 군대 있는 동안 못해줬던 걸 모두 해주고 싶다.
군에 온 장병들이 힘든 생활 속에서도 너무 많이 노력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또 군대에서는 사회에서 절대로 느끼지 못했을 많은 경험과 교훈을 배우고 나간다. 병역을 기피하기보다 현역으로 당당히 입대해 개인이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루마는 1988년 영국으로 유학을 가 런던 퍼셀스쿨을 졸업하고 이후 한국인 최초로 런던대 킹스칼리지에 입학, 현대음악의 거장 해리슨 버트 위슬에게 사사했다. 2001년 첫 번째 앨범인 ‘러브 신’(Love Scene)을 발표해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정규 5집 앨범을 포함한 스페셜 앨범을 냈으며. 특히 드라마 ‘겨울연가’와 ‘봄의 왈츠’ 등에 이루마의 곡이 삽입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뉴에이지 음악 아티스트로서 음악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루마는 특히 2006년 7월 해군 군악대에 자원입대해 화제가 됐다. 영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어 군 면제 대상이었지만 이를 포기하고 입대를 했기 때문이다. 입대 후 탤런트 손태영의 친언니인 미스코리아 출신 손혜임씨와 2007년 5월 결혼식을 올려 지난 7월 첫 딸인 로운을 얻었다. 이루마는 7월 중순 처제인 손태영과 권상우의 결혼발표로 인해 권상우의 손윗동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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