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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정신 자세가 달랐다. 이 경기를 2007 아시안컵 본선 출전 멤버에 뽑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나온 게 느껴졌다. 부지런히 상대 진영을 헤집으며 골을 노렸다. 그리고 핌 베어벡 감독의 눈도장을 거의 받아 냈다.
6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최종전. 이미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으로선 이기는 것 못지 않게 아시안컵 본선 최종 엔트리에 발탁할 수 있는 ‘젊은 피’를 찾는 데 의미를 두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UAE전은 이근호(22)를 위한 경기였다. 2골 1어시스트를 기록, 한국이 넣은 골에 모두 관여하며 3-1 완승을 이끄는, 가장 돋보이는 플레이를 펼쳤다.
당초 UAE전은 박주영과 백지훈의 활약 여부가 주목을 모았지만 박주영이 부상으로 아예 경기에 나서지 못해 백지훈의 플레이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백지훈보다는 이근호였다.
왼쪽 날개로 선발 출장한 이근호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상대 측면을 무너뜨리면서 7분께 한국의 두 번째 슈팅을 날리는 등 빛을 내기 시작했다. 전날 “아시안컵 출전 선수 최종 명단에 반드시 들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32분께 김승용의 크로스를 선제골로 연결,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던 베어벡 감독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3분, 이번에는 김창수의 크로스를 상대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발등으로 살짝 방향만 틀어주는 절묘한 슛으로 다시 상대 골네트를 갈랐다. 한국의 완승을 예고한 골이었다.
이어 2-1로 추격당한 후반 36분, 이근호는 UAE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감각적인 힐패스를 김창수에게 연결, 쐐기골을 이끌어냈다. 두 번째 골과 세 번째 골 어시스트는 이근호의 감각적인 플레이가 돋보이는 장면들이었다.
이근호는 2007 K리그에서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8골(컵 대회 2골 포함)을 터뜨리는 등 토종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는 유망주. 지난 2일 네덜란드와 친선경기 출전 선수에 발탁됐으나 A매치 데뷔 기회는 얻지 못했다. 염기훈, 최성국 등 선배들에게 밀린 탓이었다. 하지만 이날 활약으로 23명의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베어벡 감독은 최근 “이근호는 잘해주고 있으며 최근 굉장한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면서 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네덜란드전 엔트리 탈락으로 우려를 샀던 백지훈도 이날 과감한 중거리 슈팅과 활발한 몸놀림을 선보여 성인대표팀 재승선의 꿈을 키웠다.
한편 올림픽 대표팀은 UAE전 승리로 5승1패를 기록, F조 1위로 최종 예선에 나가게 됐으나 이날도 후반 중반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26분께 프리킥으로 만회골을 내주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