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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영화 시장을 선도 중인 프랑스의 경우,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극장에 구독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 20년 넘게 운영 중이다.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한 사람이 1년 약정으로 평균 17유로~37유로(한화 2만 5000원~5만 5000원)를 매월 지불한면 제휴 극장에서 횟수 제한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1990년대 UGC사가 가장 먼저 도입해 대성공을 거둔 후, 경쟁사들도 잇달아 도입하면서 제도로 굳어졌다. 이후 2010년대 미국과 영국, 2020년대 독일 등 다른 국가들로 구독제 도입이 확산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영화산업 지속 성장을 위한 프랑스 영화관 구독제 프로그램 연구’란 제목의 논문을 집필한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구독제 도입 후 프랑스에선 여가 생활을 극장에서 즐기는 청년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시네필(영화애호가) 층도 탄탄해지며 극장 상영 편수가 늘고 독립예술영화 시장이 성장해 현재까지 잘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영화관 구독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 ‘무비패스’가 있다. 2011년 처음 출시된 ‘무비패스’는 ‘오프라인 관람의 넷플릭스’로 불리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출시 초기에는 한 달간 45달러(한화 약 6만원)를 내면 매일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관람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로 시작했다. 그러다 2017년 가입자 유치를 위해 구독료를 대폭 낮췄다. 당시 구독료를 9.95달러(한화 약 1만 3000원)로 대폭 인하해 구독자 300만명을 달성했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2019년 잠시 문을 닫았다. ‘실패한 사업’이란 낙인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으나, 약 4년 만인 2022년 가입 제도 개편을 통해 서비스를 재개하며 극적 부활에 성공했다. 현재는 무제한 관람 제도를 없애고, 10달러부터 20달러, 30달러 등 월 구독료에 차등을 둬 영화 관람 횟수 혜택을 다르게 제공하고 있다. 또 대형 체인점 포함 전체 극장의 25%와 제휴를 맺고 사업안정성을 확보했다.
구독제를 둘러싼 업계의 반응은 현재까지 조심스럽다. A멀티플렉스 기업 관계자는 “무비패스 같은 구독제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려면 구독 서비스에서 발생한 수익을 작품 한 개 혹은 각 배급사 단위로 분배할 것인지부터 시작해 이해관계자인 제작사와 배급사, 투자사 등과 어떤 비율로 나눌 것인지 등 합의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구독제 도입에 얼마나 많은 제작사, 배급사들이 동참할지도 미지수라 각자의 입장,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구독제 도입이 산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지, 제도 도입으로 피해가 발생할 업계는 없을지 철저히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현재 영화관 관람료만 해도 통신사 등 여러 제휴사 할인이 붙는 과정에서 객단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도입은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B영화 제작사 대표는 “티켓값 인상 이후 극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 여파가 가장 크기 때문에, 구독제가 극장에 다시 활기를 가져다준다면 도입하는 게 방향성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구독료, 관람 가능 횟수에 차등을 두는 것은 물론, 공연실황, 3D, 4D 등 특별관 상영 영화들은 추가 비용을 내거나 상영에 제한을 두는 식으로 세부적인 절차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