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하 점검단)이 10일 발표한 이 회장과 대한체육회의 비위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점검단 발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자녀의 대학 친구를 국가대표선수촌에 채용되도록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 특정 종목단체 회장에게 선수 제공용 보양식이나 경기복 구입 비용 대납을 요청하고 그 대가로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긴 사실도 드러났다. 파리올림픽 참관단 지원, 후원 물품 모집 및 관리, 업무추진비 집행 등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가지 않고 술판을 벌인 것이나 직원들에 대한 폭언 등은 법적 문제를 떠나 도덕성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부에선 이 회장이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온 현 정부에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체육회는 점검단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불법적인 선거개입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내부에서 이 회장 반대 목소리가 끓어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체육회 노조는 이 회장의 3연임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고 기습시위를 벌였다. 일부 간부급 직원조차 3선 도전에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냈다. 지난 8년간 함께 했던 이들의 반발은 이 회장에게 더 뼈아프다.
이제 관심은 12일 열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쏠린다. 현행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3연임하려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전까진 요식행위처럼 보였다. 김병철 현 스포츠공정위원장은 과거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을 지냈다. 다른 공정위원들도 이 회장 체제에서 선임된 인사들이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셀프 심의’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지금이야말로 ‘공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심의를 통과하면 3연임에는 문제가 없다. 현실적으로 보면 당선 가능성도 상당하다. 선거와 별개로 이번에 수면 위로 오른 의혹과 논란은 엄정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만약 법의 잣대로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도 명확히 물어야 한다. 스포츠는 당연히 정치적으로 독립돼야 하지만 공직자에게 ‘성역’은 있을 수 없다.